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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16. 2020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 독후감90

the everything store

 테트리스 게임*을 해본 적이 있으신지?

나는 테트리스 게임을 하게 되면 세로로 긴 막대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위에서 떨어지는 여러 가지 모양 블록들의 음과 양을 맞추어 쌓기를 애쓴다. 마침내 긴 막대기 블록이 위로부터 내려와 빈 공간으로 넣는 순간 쌓였던 블록들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쾌감을 느낀다.

 쌓였던 블록을 없애기 위해 순간적으로 이리저리 계산하며 생각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매출 증대를 위한 조건의 최적화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을 거듭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쌓였던 블록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마존은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한다.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블록이 쌓이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고객이 만족한다면 한 개의 블록이라도 쌓일 틈 없이 바로바로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비용이 매출을 초과해도 상관없고, 효과적으로 판명되었던 프로세스가 파괴되어도 상관없다.

 아마존의 목표는 고객이 세상의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든 온라인 쇼핑의 불편한 점을 제거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테트리스 게임 : 여러 가지 형태를 갖춘 블록들을 사이사이 끼워 맞춰 그 블록이 한 줄을 꽉 채우면 그 줄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블록이 맨 위까지 안 쌓이게 끝까지 버티면서 플레이하는 고전 비디오 게임.


 현재의 아마존도 궁금하다.

코로나 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증하자 10만 명을 고용한 지 한 달도 안돼 7만 5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 직원 수는 8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참고로 2012년 한 해엔 정규직과 시간제 직원을 합한 숫자는 8만 8,400명으로 2011년 비해 57퍼센트 더 늘어났다.) 1분기 755억 달러(약 93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수치인데, 여기에는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구독 서비스(30% 성장)와 아마존 웹서비스(AWS)라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32.5% 성장)가 큰 몫을 했다.

 코로나 19 이후 IT 5대 공룡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애플 그리고 아마존) 중에서 아마존만 빼고 모두 현금 보유량을 올리며 위기에 대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지만, 아마존은 현금 보유량이 89억 달러(약 10조 원) 정도 오히려 줄었다. 독특한 아마존의 장기적 경영 관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과거에도 상장 이후 회사의 순이익률을 극도로 낮게 가져가면서 회사의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에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경제뉴스 2020.04.14 및 매일경제 2020.05.01 기사 참조)



 어떻게 인터넷 책장사는 시작되었을까?

아마존을 이야기하려면 제프 베조스(Jeff Bezos, 1964~)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여전히 왕성한 활동과 영향력으로 아마존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에 관한 책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제프 베조스 전기傳記의 성격도 강한 책이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초창기부터 온라인 쇼핑에서 진정한 의미의 에브리싱 스토어를 꿈꿔왔으나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목표였다. 그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무용품, 의류, 음악 등 가능성 잇는 품목 스무 가지를 적어 내려갔고, 그의 눈에 띈 최상의 품목은 책이었다.

 책 대형매장조차도 세상에 출간된 책을 모두 진열할 수 없다면, 적어도 주요 품목 한 가지에서라도 전 상품을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 구비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한 걸 해낸다. 해내고 있다.


 어떻게 아마존 웹서비스 AWS는 시작되었을까?

모든 회사엔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다.

창립 10주년이 지난 아마존은 기술 회사임을 세상에 증명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소매업체일 뿐이었다. 기술 회사임을 세상에 증명하려면 극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다.

 직원에게 무지막지한 헌신을 요구하는 베조스는 회사 내 여러 부서가 새로운 기능이나 프로젝트를 시험해보기 위해 원활한 컴퓨터 자원 공급에 대한 불평을 받는다.

회사가 직원의 창의력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 클라우드 EC2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확장되어 아마존 웹서비스 AWS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첨단 기술 회사가 되었다.


 위의 기사에서도 언급된 장기적인 경영 관점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일까?

사실 책을 읽어도 베조스가 회사를 키워온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는 노하우는 나와있지 않다. 명확한 것은 장기적인 경영 관점은 고객 만족이며,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이익과 혜택이 가는 것이다. 명확하다.

 베조스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경쟁자를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우리한테 돈 한 푼 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고객을 걱정하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합시다.”

“주가가 30퍼센트 올라갈 때 내가 30퍼센트 더 똑똑해진다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주가가 30퍼센트 떨어져서 30퍼센트 더 멍청해진다고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이와 같은 내공이 있어야 지금 같은 시기에 현금 보유량을 10조 원씩 줄여 회사의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내공이 있어야 1998년도에 아마존 웹사이트를 향상하기 위해 모든 상품에 순위를 매기기 위해 도전했으며(아마존 베스트셀러 100위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순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 소매가격을 강요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MAP minimum advertised price라고 하는 최소 광고가를 제시해 가격의 하한선을 그을 수 있었다. 아마존은 이 가격을 파괴해서 더욱더 싸게 팔고 싶었다. 가격 은닉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아마존이 MAP를 지키지 않을 때 가격이 제품 페이지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객은 그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어야 비로소 낮은 가격을 볼 수 있다.

 아마존은 ‘구매하기’ 단추를 만들었다. 구매하기 단추란 아마존 웹사이트의 특정 제품에 대해 최저가 판매인이 되는 것이다. 즉 따로 판매인을 선택하지 않고 구매하기를 누르면 최저가 판매인의 제품이 팔리게 된다. 이 혹독한 가격 경쟁은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익 폭을 줄인다. 고객을 위함이다.

 베조스의 이메일 주소는 jeff@Amazon.com이다. 누구나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받은 모든 이메일을 읽는다고 한다. 베조스는 그 이메일의 맨 윗부분에 물음표만 추가한 뒤 해당 중역이나 직원에게 전달한다. 아마존 직원들은 이 메시지를 받으면 하던 일을 즉시 내려놓고 CEO가 강조하는 그 문제에 몸을 던져야 한다. 그들은 보통 몇 시간 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왜 처음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자세히 해명해야 한다. 모두 다 고객을 위함이다.



 책에서 꾸준히 아마존의 회의시간에 대한 묘사를 읽을 수 있다.

여느 회사처럼 치열하고,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이할 만한 점 한 가지는 베조스와 그의 매니지먼트팀은 책 전반에 걸쳐 계속적으로 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교훈을 얻는다.

스티브 그랜드가 지은 [창조 : 생명과 그것을 만드는 방법 Creation : Life and How to Make It]이라는 책은 아마존 중역들의 독서 모임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었고, 아마존 웹서비스 AWS의 탄생에 도움을 준 책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제프 베조스가 읽은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12권의 책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유명한 책들과 신선한 구성의 책들이 눈에 띈다.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파는 아마존은 계속 책을 통해 배움을 유지하는 아마존이어서 진정한 에브리싱 스토어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함께하는 아마존은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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