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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l 18. 2020

향수 / 독후감99

IGNORANCE

 읽지 않은 책의 내용은 알 수 없다.

읽은 후에나 책 내용에 대한 느낌이 생기고, 책 내용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작가를 알게 된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다면 우리는 더욱더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의 글을 찾아 읽는다.

작가가 쓴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는 작가를 궁금해한다. 자주 호명되는 그의 이름으로 시작된 막연한 궁금증이나 떠도는 평판을 통해 우리는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결국 그의 글을 찾아 읽지 않을 수 없다. 밀란 쿤데라!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다.

영어 사전에는 고향에 대한 homesickness 혹은 과거에 대한 nostalgia로 표기되어 있으나 책의 영문 제목은 ‘IGNORANCE 아는 것이 없음’의 무지無知이다.

 작가는 무지無知를 향수鄕愁로 만들었다.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이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내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고통이다.


 중국인 작가 위화 (余華, Yu Hua)는 문화 대혁명으로 중국 역사를 이야기하듯 밀란 쿤데라는 공산주의로 체코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관광지 프라하는 이전에 공산주의를 겪었으며 망명자들이 생겨났다. 나에게 생소한 망명亡命이라는 단어는 체코의 역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단어이다. 나는 한 번도 망명이라는 단어 위에서 생각이나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망명자들의 삶과 현실, 그들의 속마음과 마음고생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체제는 망명자의 친척들에게 손쉬운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아있는 가족에게 도망자라고 여겨진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망명자들은 향수한다.

떠난 조국을 향수하고, 살았던 과거를 향수하고, 지냈던 사람을 향수한다.

세월이 흘러 망명자들은 향수의 대가로 고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갖는다. 막상 향수했던 대상을 마주하게 되면 현실이 다가온다.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체증되었던 감정들과 조우하게 되면 다시 향수병을 앓았던 망명자의 삶을 그리워한다.

 망명자가 고국을 다시금 찾았을 때 자신이 왜 망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다. 자신에 대한 해명을 찾기 시작한다. 우리 사람이 그렇다.




 1929년에 체코에서 태어나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당한 후 프랑스로 망명한 쿤데라 자신도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 소설 [향수]를 쓰지 않았을까?

소설은 지독하게 향수한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망명자의 괴로움을 깊고 짙게 표현하고 있다.

현재 아흔이 넘은 그는 20년 전 이 책이 나올 당시 향수와 괴로움을 아직까지도 지니고 있을지 지금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해진다.

 소설은 내가 모르는 다른 삶을 경험하고 이해하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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