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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ug 29. 2020

지구별 여행자 / 독후감105

류시화

 ‘Google Maps Timeline’이란 업데이트가 있다. 

나의 위치 기록을 ‘사용’ 설정하게 되면 받아보는 서비스로 내가 한 달 동안 방문한 장소 및 활동에 대한 자동 요약 이메일이다. 처음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내가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구글은 모조리 다 알고 있구나 생각하니 섬뜩하기도 했지만 찬찬히 이메일을 읽어보니 참으로 다니는 곳만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젊은 시절 매년 인도에 간 모양이다. 그의 구글 맵스 타임라인에는 한국에서 인도로 그리고 남인도, 북인도, 동인도 등등 인도 전역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인도였을까?

수돗물에 양치질만 해도 잘못하면 배탈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습하고 덥고, 노숙자들도 너무나 많고, 교통체증은 이만저만이 아닌 나라이기도하고 별로 가보고 싶지도 않은 나라에 무엇 때문에 매년 찾아갔을까?

 그의 고민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당신의 삶이 외로울 때, 그 외로움을 소란스러움과 친교로 채우기보다는 평화로움과 인상적인 대화, 진리에 근접하는 경험들로 채우려 한다면, 마땅히 인도로 갈 일이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릴 일이다.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언급된 인도지만 [햄릿]을 읽고 감동받은 사람들보다 상처 입은 영혼을 인도에서 치유받은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도는 웃통을 벗고 삼각팬티만으로 아래를 가린 채 명상에 잠겨 있는 구루지인 영적 스승을 볼 수 있는 나라이다. 만년설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린 갠지스강에서 전생의 모든 죄까지 깨끗이 씻기 위해 목욕을 하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는 나라이다.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혼의 언어를 중요시하는 나라이다. 삶은 결코 일회적인 것이 아니며, 이 생의 일은 반드시 다음 생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따라서 내가 행한 일은 언젠가는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고. 그것은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느긋~~~한 나라이다.

 배움과 깨달음으로 가득한 나라 인도는 어딘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책을 읽고 혹시 인도에 갈 마음이 생겼다면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보다 바깥세상이 더 깨끗할 수 있는 만큼 여행조건이 열악하지만 여행의 진정한 진리는 인도에서는 인도만 생각하고, 네팔에서는 네팔만 생각해야 한다는 인도 싸구려 식당 주인의 말만 염두에 두면 인도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다는 인도 오~~~래된 여인숙 주인의 말만 염두에 두면 인도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벌써 인도 억양의 영어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름은 친숙했지만 작가의 시집은 읽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브런치 글을 읽다가 같이 업로드된 시인의 사진을 보고 남자인 줄 알았을 정도로 시인 류시화 씨와는 인연이 없었다.

시인의 시집보다 시인이 적은 글을 먼저 읽은 이유는 시인의 글솜씨가 궁금했었다. 시인들은 과연 글도 잘 쓸까? 시인이라 당연히 시는 잘 쓰겠지만 시인은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궁금했다. 글 정말 잘 쓴다.

 행복을 느끼게 해 줄만큼. 인도 방식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 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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