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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Dec 26. 2020

전쟁과 평화 / 독후감122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6년 동안 [전쟁과 평화]를 썼을까?

우리는 톨스토이가 6년에 걸쳐 완성한 [전쟁과 평화]를 읽고 어떤 메시지를 받아야 할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다. 3단계 격상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오늘이다. 책은 독자의 심정을 반영해서 읽힌다.

 세계문학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이 이렇게 읽혀도 되나 싶지만 [전쟁과 평화]가 아닌 ‘코로나와 평화’처럼 느껴진다. 포로에서 풀려나 자유를 만끽하는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코로나가 종식되고 예전의 생활로 되돌아가고, 예전의 평범한 생활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교된다.


 등장인물은 황제부터 일개 병사에 이르기까지 559명이나 되는데 작가는 한 번 등장했다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 사소한 인물에게까지도 각자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부조시켰다.

 등장인물의 러시아 이름은 발음하기도 어렵지만 길기도 길어 외우기도 어렵다.

앞의 100페이지 정도까지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관계도를 적으면서 읽을 메모지가 필수다.

 [전쟁과 평화]는 1805년 제1차 나폴레옹 전쟁 직접부터 시작하여 1820년까지 15년 동안에 걸친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재현한 것으로 작품의 전반에는 중심인물인 귀족들의 생활과 국외에서의 전투, 후반에서는 국내에서의 전투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뤄진 소설이다.


 단지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악을 행하지 않기 위하여 자신을 위해서만 살았던 피에르는 남을 위하여 살기 시작했고, 남을 위해서 타인에 대한 칭찬을 구하려는 희망으로만 살았던 안드레이 공작은 자신만을 위해 살게 되었다. 사람 사는데 정답은 없다. 각자의 정답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모두가 각자의 여건에서 각자 살아가는 법이다.

전쟁이 일어났다면 안드레이처럼 전쟁에 참전하기도 하며, 피에르처럼 전쟁을 구경하러 떠나기도 하며, 전쟁을 회피하기도 한다. 각자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사교생활을 중시하기도 하며, 주변인들의 만족을 위해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류 초유初有의 코로나 시대에도 각자 자신을 챙기고 조심하여 살아간다. 슬픔과 고통도 겪겠지만 살아가야 행복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슬픔도 있고 행복도 있는 와중에 각자의 생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결정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피에르의 심중에서 모든 것을 지탱하고 모든 것에 생명을 주던 용수철이 갑자기 빠져나가 모든 것이 무의미한 티끌 뭉치로 변한 것 같았다. 변한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지만, 변하면 무섭게 변한다.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번화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결정을 유도하는 것은 한 마디의 조언이, 한 문장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경험이 소중한 것이고 인연이 소중한 것이 아닐까?

전쟁을 구경 나갔다가 프랑스군에 포로가 된 피에르는 바라크 baraque 안에서 플라톤을 만나게 된다. 플라톤은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게 된 사람을 사랑했고 또 그런 사람들과 의좋게 지내고 있었다. 그것도 어느 특정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러했다. 플라톤의 애정은 집착하는 면이 없어서 언제 헤어져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았다. 피에르에게는 한낱 농부인 플라톤이 정신적 영웅이 된 것이다.




 우리는 한 마디의 조언으로, 한 문장의 글로, 한 권의 책으로 변화할 수 있고 변화될 수 있다.

삶에 감사하고, 남에게 선을 베푸는 것과 같이 지극히 당연한 것들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찾아 읽을 소설 [전쟁과 평화]를 쓴 톨스토이는 너무나 힘든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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