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Jun 05. 2021

미술전시 홍보, 이렇게 한다 /독후감145

성공적인 미술전시를 위한 홍보 매뉴얼

많은 책들이 내용은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런데 왜 당연한 이야기들은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이해가 가는 것일까?




 달진닷컴을 운영하는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매주 발행하는 [서울아트가이드]를 보아도 매주 많은 종류의 미술전시들이 소개된다. 눈으로 주욱 훑어보는 것이 대부분이고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자세히 보지도 않게 된다.

 한국화랑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화랑은 160개 정도이며, 한국미술협회에 등록된 회원 작가는 4만 명에 이른다. 전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시회를 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인생의 큰 이벤트인데 성공적인 전시를 위해서는 관객이 필요하다. 고요한 전시장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작품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감상할 때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전시장에 다니면서도 ‘전시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에 대한 답변은 요원하기만 했다.

작가나 화랑들은 어떻게 전시를 홍보할까?

부처님 오신 날 도로를 따라 걸어 놓은 연등처럼 배너를 설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 것이고, 대부분의 작가는 부자가 아니다. 혼신을 다해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홍보도 중요하다. 어떻게 전시홍보가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미술현장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림 감상도 더욱더 재미있어지고 화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문화부 기자가 어색하지도 않을 것이다.


전시장을 찾는 일반인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전시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이 다른 통로에 비해 단연 우세하다. 미술 전문가나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결국 대중매체를 통해 전시 정보를 습득한다. 기왕에 언론 홍보를 시도할 바에야 전시 기사가 실리도록 공을 들여야 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지면에 실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전직 미술 기자가 쓴 글이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가 아닌 기자의 관점에서 기자의 입장에서 적은 글이다.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감 중 기사 작성을 방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언론사의 내부구조, 취재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기사가 보도되기까지 과정, 실제 기사 작성과 편집, 교열,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편집국 풍경 등이 적혀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가 있어야 전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언론매체를 통해 전시홍보를 하는가?

전시회에 대한 보도자료와 팸플릿을 들고 기자를 찾아간다. 의외로 간단했다!!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기사 마감일과 게재일을 확인하여 방문 일정을 잡아야 하며, 자료는 기자와 추후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직접 만나 건네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판의 상태도 최대한 원본에 가까워야 한다.

 적어도 기사화 경쟁률은 최소한 10대 1은 넘는다. 미술 담당 기자의 책상 위에 적게 잡아도 일주일에 70~80건의 보도자료가 쌓이기 때문이다.

 기사 아이템으로 선정되는 객관적인 기준에는 1) 보도자료의 완성도와 2) 작가의 인지도, 3) 전시 공간의 명성 등이 있다. 주관적인 기준의 대표적인 예는 담당 기자의 1) 안목과 2) 작가와 3) 전시 공간에 대한 친밀도가 있다.

 미술 지면에 전시 기사와 함께 소개되는 도판은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선택된다. 기자들은 시각 효과가 가장 뛰어난 도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장 중요하게 남은 것은 ‘보도자료’이다.

보도자료는 언론 홍보 활동에 필요한 핵심 도구로,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와 기사 작성을 위한 기초 자료이다. 육하원칙을 지켜야 하며, 난해하고 모호한 제목이 아닌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제목이어야 한다. 사정상 뒷부분까지 읽기가 어려운 경우를 염두에 두어서라도 앞부분에 핵심 내용을 배치해야 한다. 역삼각형 구도를 갖추는 것이 좋다. 최소한 전시 개막 10~15일 전에는 보도자료를 전달해야 한다. 보통 A4용지 기준으로 서너 장에서 네댓 장 정도면 충분하다. 보도자료를 작성하기 전에 신문 기사 몇 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양식을 모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획력이 좋은 전시보다 홍보 전략이 뛰어난 전시가 어쩌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홍보에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어는 곳에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소홀하다.

 작가 이름과 전시 제목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어떤 전시이며, 왜 열리는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구성해야 한다. 작가의 작품 경향에서 발전했거나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해하기 쉽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시를 어떻게 특성 있게 소개할 것인지, 나의 자료가 다른 것보다 어떻게 더 눈에 띄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라든지, 역점을 둔 전시의 특징 또는 차별성, 작품에 사용된 재료 설명 등 전시 곳곳에 숨은 2퍼센트를 드러내는 데 최선의 친절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를 공부하게 하는 식의 보도자료는 필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과 흑 /독후감14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