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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Dec 29. 2018

모모 MOMO/ 독후감17

Michael Ende

 

 우리는 각자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있다.

개인마다 당연히 다를 것이고 삶의 바운더리가 비슷하면 비슷한 단어들을 쓰게 될 것이다.

당신의 삶에는 어떤 단어들이 있는가? 평소에 내가 자주 쓰는 단어들은 계획, 목표, 출장, 회의 등이 있다.

[모모]에서는 꽃, 음악, 향기, 무지개, 광채, 소원 등과 같은 단어들을 접할 수 있다.

‘동화를 읽는다’는 것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읽는 것이다. 설령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라 하더라도 동화를 만나 읽는 단어들은 포근하며 따뜻하다. 이것만으로도 잠시 한숨 돌리며 힐링할 수 있다.
 
 
 주인공 모모는 8살 정도로 보이는 12살짜리 소녀인데 마지막 책장을 닫으며 어벤저스와 같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어벤저스가 지구를 구하듯이 회색 사나이라 불리며 인간으로부터 시간을 훔쳐가는 시간도둑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찾아주는 이야기이다.
 
 시간을 도둑맞은 인간의 삶은 우리 자신이 아닌 회색 무리들을 위한 삶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 절약을 하며, 시간 절약을 하기 위해 벌어놓은 돈으로 아이들을 탁아소로 보낸다.

본인들이 시간이 없다고 아이들을 놀게 하기 위해 용돈을 주며 매일매일 극장으로 보낸다.  
반대로 각자 자신의 시간을 갖고 사는 삶은 수면과 일과 식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시간을 준비하여 부모님을 공경하며 취미와 사색을 즐기며 주변을 돌아보는 삶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 모든 것이 전혀 무의미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는 법이다.

 ‘나란 존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중요한 것, 어떤 화려한 것, 사진 잡지에 실리는 것들과 비교함으로써 우울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이런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떠돌다가 현실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런 걸 누리고 싶어도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없어. 제대로 살려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자유로워져야 해. 그런데 매일 회사만 다니고 있으니.’
하지만 인간이기에 우리는 현실에서 재미와 감사함을 발견해야 한다. 모모를 보면서 느긋해질 수 있었다.

모모를 통해서 이타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모모를 만나고 맡은 일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모모를 읽으며 나를 발견한다.

조급함이 충만하며 한결같이 찡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시간절약가들의 모습으로부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자신의 식당에 찾아온 옛 친구 모모에게 안절부절못하며 대화할 수 없을 만큼 바쁜 니노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운전기사와 세 명의 비서들도 있으며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5분 동안이라도 편하게 대화할 수 없는 입장인 지지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모모의 상대편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모를 바라보며 우리가 누군가에게 모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모모의 역할을 하고 싶은 대상으로 아이들이 생각났다.

잔소리를 어마 무지하게 듣고 있는 나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잔소리를 하고 있다. 10분만 기다리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아이들에게 숙제를 시작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있다.

회색 인간 같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들을 믿어주는 모모와 같은 아빠가 되리라.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의 소설은 하나같이 길다. [모모]는 369페이지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이며 내가 추천해 주기 좋아라 하는 [끝없는 이야기]는 703페이지다. 매일 바쁘다고 하는 우리 시간절약가들에게는 동화라도 버거운 분량이다. 그렇지만 그 버거운 분량만큼 읽는 동안 좋은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작가는 두꺼운 동화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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