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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25. 2021

청춘 파산 /독후감162

 주인공 인주는 프리터 freeter이다.

프리터란 영어의 ‘자유로움’을 뜻하는 프리 free와 독일어의 ‘노동자’를 뜻하는 ‘아르바이터 arbeiter를 합성한 일본의 신조어로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갖지 않고 평생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을 말한다.

 인주가 프리터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여자라고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했던 인주 엄마는 딸들만큼은 외국 유학을 보내고 싶었다. 남대문에서 옷 덤핑 장사를 하면서 일수를 쓰고 급기야 급전까지 빌리게 되면서 사채업자들에게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구치소까지 들어가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들까지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린다. 직장에 찾아오고 집으로 찾아오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연상되는 소설이다.

근 10년 만에 파산면책을 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큰 빚을 지게 된 이유는 사치나 과소비가 아니었다. 좀 더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호성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착한 남자고 둘이 사랑하는 사이다. 같이 동거하니 덜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호성이가 아버지의 반대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인주가 너무나 불쌍하고 처량했다. 정말 사람은 혼자서는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 호성이는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다음 주부터 출근한다. 

인주는 마음속으로 헤어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호성에게서 뜻밖의 문자가 도착한다. 나 지금 구청이야. 네가 안 된다고 할까 봐 내 맘대로 혼인신고 했어. 내일 짐 싸서 집으로 들어갈게. 후회 안 하겠느냐는 질문에 금세 답이 온다. 평생 후회하고 싶진 않아. 우리끼리 식 올리고 그냥 살자. 빚에 시달리더라도 같이 시달리면 좀 나을 거야. 눈물이 흐른다. 기쁨에 겨워 끝내 울 듯이 웃는다.

 슬픔을 너무나 덤덤하게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쓰인 글은 나를 슬픔에 무뎌지게 한다. 인주가 행복하게 되면 정상이 아닌 것처럼.


 파산면책이 되어 전입신고를 하고 동거를 하기 전까지 인주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늘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던 인주는 짐을 박스 여섯 개 이상으로 늘리지 않는다.

 보통 사람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내가 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인해 비난받지 않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먼저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가 좋아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 청춘들이 당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누려야 할 것들이다.

 당연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만 당연한 것이 소망하는 것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다.




 작가는 당선 소감에서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법은 운명에 저항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빚더미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인주는 묵묵히 정말로 작가의 의도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주인공이지만, 프리터로 청춘 파산을 극복하며 살아가기보다는 파산면책을 계기로 공부한 지식을 나눔으로써 청춘 파산의 돌파구를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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