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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an 08. 2022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독후감177

 

돈 앞에서 아무도 믿지 마!

영화 포스터에 이렇게 적혀 있다. 자연스럽게 책 제목과 연결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문제의 돈은 1억 엔이다. 한국 돈으로 10억 정도 되는 돈이다. 일본 돈으론 보스턴백 하나에 꽉 들어차는 부피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리 엄청난 액수의 돈도 아니다. 딱 적당히 혹할 만한 금액이다. ‘죽을 때까지 태평’하게 지내기에는 모자란 액수지만 ‘생활에 보탠다’는 말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다.




 10억의 행방에 대해 삼각구도가 펼쳐졌다. 

모두가 돈이 궁한 상황이다. 이것으로 사연이 고인 등장인물은 충분하다.

목욕탕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중년 가장.

폭력 조직 두목에게 빚을 져 협박에 시달리는 악덕 형사.

가정 폭력과 빚에 시달리다 탈출을 결심한 가정주부.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글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10억 원을 만들어야 한다. 

로또 당첨금으론 조금 적은 듯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진부해진다. 퇴직금이라고 하기엔 등장인물의 삶이 너무나 팍팍하다. 10억 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보통사람의 삶에서 보험금만한 적당한 소재가 없다!

 그렇게 보험금으로부터 만든 10억 원은 움직인다. 

보험금 수령자부터 세어보니 5명을 거쳐 결국 아무도 쓸 수 없게 되었다.

역시 깨끗지 못한 돈이라. 10억 원을 통째로 쓰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400만 엔은 악덕 형사가 맞춤 양복과 명품시계를 샀다. 260만 엔은 중년 가장이 딸의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썼다. 가정주부는 돈을 만지고 써보지도 못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도시에 사는데 어찌 이리 사는 삶과 걱정들이 다를까?

그러기에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돈을 쓰는 방법도 너무나 다르다. 맞춤 양복과 명품시계를 샀다고 돈을 쓰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누구는 단지 자신의 위로 차원에서 4천만 원의 돈을 쓴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위로보다는 돈이 급한 딸을 위해 돈을 쓸 따름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글 마지막에 내가 생각하기에 양심적인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았다.

나는 권선징악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제목이 너무나 강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살다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이 오겠으나 아무도 그런 상황을 원했던 이는 없을 것이다. 분명 개인의지와 판단으로 그런 상황으로 몰렸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짐승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짐승 될 일이 없는 지푸라기가 동아줄로 보이지 않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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