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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11. 2023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소설은 아무나 쓰나!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려고 책을 읽은 건 아니었다.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 사이의 괴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해 작문서를 언젠가는 한 번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을 읽고 ‘혹시 나도 글 쓰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플러스 ‘대박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허무맹랑함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다 읽고 난 결과는 어떨까? 두둥~ 글쓰기가 더욱더 요원해졌습니다~ ㅠ.ㅠ

이유는 너~무 어렵다. 그냥 독후감 쓰기로 만족해야 할 듯.




 왜 그렇게 나는 글쓰기가 힘들게 느껴질까?

프라모델 로봇을 조립하기 위해 모든 부품 하나하나를 펼쳐 놓은 느낌이다. 조립이 끝나면 멋진 피겨가 완성되겠지만 신경 써야 할 포인트와 법칙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돈 버는 로맨스의 법칙, 망하는 로맨스의 실패 코드, 캐릭터, 플롯과 갈등, 묘사와 배경, 러브신 그리고, 장면과 대화 등등등 

 작가도 대단한 것이 로맨스 소설 한 편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기며 분해하듯이 노하우를 안내해 준다.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수고로움으로 메모하고 스크랩하고 정리해 놓은 결과물들이 분명하다. 무엇이든지 쉬운 것은 없으니까.


 와중에 흥미롭게 배운 점들을 적어본다.

로맨스 소설을 읽는 이유는 결국 남녀주인공의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다. 로맨스 소설의 뿌리가 ‘권선징악’에 있는 까닭이다. 이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괴롭힌 인물에게 처벌은 필수다.

아무리 커다란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남녀주인공은 속전속결로 풀고 다시 가까워져 로맨스를 이어가야 한다. 뜨뜻미지근하게 “사랑해”, “나도” 하고 끝나는 로맨스는 있을 수 없다.


 와중에 새롭게 배운 점들을 적어본다.

로맨스는 여자의, 여자를 위한, 여자에 의한 판타지인 장르로 오로지 여자만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도중에 남자로서 동감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긴 했다. 로맨스의 핵심은 설렘이다. 키스 자체보다 키스가 주는 설렘이 로맨스의 핵심이다.

 첫 만남에서 남자는 ‘첫눈에 반한’ 여자와 사귄다. 그런가 하면 여자는 첫인상이 썩 좋지 않더라도 그 남자와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천천히 관찰하는 습성이 있다. ‘내 남자가 되기에 충분해’라는 결론이 났을 때야 비로소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남자들이 포르노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면, 여자들은 로맨스를 보며 영혼의 만족을 얻는다.


 이런 이유로 글쓰기에는 특히 로맨스에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여자와 남자가 당연히 다른 것처럼 10대와 40대가 추구하는 이상향과 욕망이 같을 순 없다. 10대가 원하는 로맨스는 ‘성性’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러워할 만한 연애사건’ 혹은 ‘자랑할 만한 연애담’ 같은 로맨스다. 실제로 믿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믿고 싶었던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을 원한다.

 30~40대 여성들의 경우는 연륜이 쌓임에 따라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도 일어나므로 좀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피곤하지, 스트레스받지, 풀 데는 없지 그러다 보니 ‘수위’가 높은 이른바 ‘19금 로맨스’에 손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감정의 흔들림을 가장 심하게 겪는 때이기도 하다.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원하는 로맨스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와중에 새롭게 독후감 쓰기에 적용하고 싶은 점들을 적어본다.

 첫째, 아무리 히트 친 작품이라 해도 이미 출간된 책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안 된다.

정~ 따라 하고 싶다면 원래의 제목을 비틀어 새로움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신박한 제목 때문이기도 하니까. 가능하다면 독후감에 부제목을 붙여보는 것도 좋을 듯.

 둘째,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읽는 사람에게 상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내가 자세히 설명한다고 내 마음과 같이 동감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하게 유지해야 한다.

 셋째, 글을 가볍게 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볍게 쓰는 게 어떻게 쓰는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혀 환장할 노릇인데 인터넷 검색창에 ‘웹소설 잘 쓰려면’이라는 문장을 치면 ‘웹소설 10 계명’이란 제목의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차용해 볼 계획이다.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문단 개념을 잊어라. 이야기는 서사 대신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라. 문장은 이미지가 떠오르게 구성하라. 드라마처럼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 회가 궁금하도록 끝내라.


 과연 앞으로 재미있고 가볍게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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