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Apr 13. 2019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독후감32

Who Moved My Cheese?

 독후감을 매주 쓰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은 다시 읽고 기억을 되살려 독후 ’ 감’을 살려 내야 하고, 기억이 어느 정도 나는 책이나 잊힐 수 없도록 유명한 책들은 무언가 조금 더 새로운 독후 ‘감’때문에 또 다른 챌린지를 만난다.



 무조건 변화하자.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취지로 이 책을 읽는 것은 더 이상 나에겐 신선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다른 많은 책들에서 진리처럼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하라는 조언들을 접한다. 이 책은 이미 고전적인 우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다른 질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변화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머릿속으로만 변화한다고 하고 머릿속으로만 행동하지 않는가? 변화에 대처하고 있음에도 안주(安住)하고 있다고 생각해 비효율적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하고 있는 도중일까? 나를 당장 변화시켜야 하는가?

이 같은 질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어느 정도 기억이 남아있기도 하고 많지 않은 분량의 이 “치즈” 책을 다시금 집어 들었다. 더욱더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



 책 속의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을 파헤쳐보자. 먼저 왜 ‘넷’이었을까? 2마리의 생쥐와 2명의 꼬마인간은 각자의 그룹으로 같이 움직인다. 다른 종류의 두 그룹으로 나눈 이유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꼬마인간 그룹은 생각도 많고 쓸데없이 복잡만 하다. 지능이 있다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치즈창고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두눈두귀를 모두 닫아버린다. 꼬마인간 그룹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괴롭고 더딘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두 마리의 생쥐 중 스니프는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다. 스니프(Sniff)의 뜻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는 의미의 의성어이기도 하다. 스커리는 신속하게 행동에 임한다. 스커리(Scurry)는 종종거리며 급히 달린다는 의미의 의태어이다. 이들의 본능은 변화에 대처하는 좋은 자세이다.


 두 꼬마인간은 헴(헛기침한다는 의미의 의성어)과 허(점잔을 뺀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현재의 우리들을 반영한다. 우리들 모두 각자의 꿈이 다르듯이 ‘허’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백향목 길 옆에 아담한 통나무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고 싶은 꿈이 있다. ‘헴’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는 중요한 인물이 되어 카망베르 언덕에 큰 집을 짓는 것이다. 이런 꿈들이 정말 우리들을 연상시킨다.

C창고를 서성거리며 매일 치즈를 기다리다가 벽 뒤에 치즈가 숨겨져 있다고 벽에 구멍을 뚫고 있는 헴과 허를 보았을 때는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가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노심초사하고, 온갖 걱정을 다하며 무엇인가엔 여전히 바쁘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창고의 치즈가 하나도 없어진 것을 알자마자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 나선다.

헴과 허는 결국엔 헤어진다. 헴은 옛날 치즈창고에 남고, 허는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 나선다.

세상사가 그렇듯 자신의 치즈는 자신이 찾아야 한다. 누가 찾아줄 수가 없다.

 

 

 과연 나의 치즈는 무엇일까? 나의 치즈는 줄어들고 있을까? 누군가 정말 내 치즈를 몰래 옮기고 있을까?,

나는 변화를 적절하게 감지하고 있을까? 와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책 읽기는 치즈도 없는 창고에서 지내는 것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저함 없이 변화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교훈에 도달하기에 앞서 몇 가지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느끼게 해 준다.

 ‘행복은 무엇인가?’ 문득 생각난 질문에서 행복은 치즈인 줄로만 알았다. 여러 종류의 치즈가 있는 만큼 사람마다 좋아하는 치즈가 다른 만큼 각자가 좋아하는 치즈가 행복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행복은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이다.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은 두려움을 극복한 과정이다. 두려움을 물리쳤다는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다.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이 물론 쉽지만은 않다. C창고를 박차고 나올 때 처음의 두려움은 물리치고 나왔지만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새로운 치즈창고가 어디엔가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앞에 새로운 치즈창고가 없을 뿐이고, 내가 치즈창고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 세상에는 또 다른 내가 모르는 치즈창고들이 수없이 많다는 확신은 우리가 두려움에 대처하는 것을 도와준다. 산더미처럼 쌓인 치즈, 헤엄을 치듯 치즈 속을 누비는 자신의 모습과 같이 구체적인 자신의 목표를 마음속에 그려보거나 구체화해보는 것도 두려움을 떨쳐내는데 효과적이다.

 


 계속 치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참으로 작가의 ‘치즈’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치즈만큼 변화를 잘 표현하는 음식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즈의 맛과 향이 변한다. 예쁘고 멋있기는 하지만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장난감보다는 훨씬 멋진 비유의 소재이다. CHEESE :)

매거진의 이전글 데미안/ 독후감3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