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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18. 2019

우동 한 그릇/ 독후감37

정서가 메마른 시대. 감동이 메마른 시대.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눈시울을 적시고 감동을 주는 책을 만나면 쉽게 울컥하게 된다. 더욱더 쉽게 동감을 느낀다.

예~전에 주변이나 이웃에서 느끼던 따뜻한 감정과 정서는 모두가 사람 맘 속으로 들어가 꼭꼭 숨어있는 듯하다. 서로에게 베풀진 않지만 [우동 한 그릇]과 같은 책을 접하게 되면 스멀스멀 따뜻한 마음이 꿈틀거린다.

이 같은 책을 좀 더 읽어야겠다. 딱딱한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나 혼자만 울컥하지 말고, 이웃에게 주변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행복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글의 어느 부분이 나에게 울컥 포인트였을까?

3년째 세 모자는 섣달 그믐날 우동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북해정을 찾는다.

매번 앉았던 2번 테이블에는 <예약석> 팻말이 놓여 있다. 우동집 주인 내외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세 모자가 들어오면 슬그머니 팻말을 치운다. 그전에 메뉴표의 가격을 작년 가격으로 되돌려 놓는다.

'사람 맘이 이래야지.'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지.'

풍족하지 않을 때 3명이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누어 먹는 것은 부끄러울 수 있다.

엄마는 엄마대로 여의치 못한 형편이 부끄럽고 성장기 아이들은 우동 한 그릇만 주문하는 것이 부끄러웠겠지만, 세 모자의 서로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에 울컥하게 된다.


 많은 빚으로 힘든 형편이지만 섣달 그믐날 밤, 두 아들과 우동 한 그릇으로 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픈 엄마의 마음과 늦은 시간에 라도 넉넉하게 우동을 담아주는 우동집 주인 내외의 배려를 감사할 줄 아는 두 아들의 마음이 [우동 한 그릇]에 모두 담겨있다.

 금액으로 치면 150엔짜리 우동 한 그릇이지만, 그 안에 가치를 물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함이 담겨있다. 새해의 모든 복이 우동 한 그릇에 담겨있는 듯하다.




 책에는 한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시골 거리에 있는 과자점 춘추암에서 일어나는 우리 주변 삶의 이야기인데 울컥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니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지는 이야기다.

합리주의 경쟁사회에 부합해서 성장이라는 결과를 쫓아갈 것인지 로맨티시즘을 발휘해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소중히 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나카가와가 옳은지 게이코가 옳은지에 대한 답은 없다.


 손님 중의 한 분이셨던 할머니께서 숨을 거두시기 전에 드시고 싶었던 과자를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에 대해 울먹이는 춘추암 직원 게이코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답은 없다.

 문을 닫은 과자점을 다시 열어 손님의 과자를 자신의 돈으로 치르는 게이코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답은 없다.

 다음 날 과자를 선물한 손님에게 집으로 잘 돌아가셨냐, 할머니께선 과자를 맛있게 잡수셨는지 궁금해서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하는 게이코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답은 없다.

 애도의 표현으로 자신의 유급 휴가를 신청하고 자비로 제단에 바칠 과자를 준비해서 장례식에 참석하는 게이코가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답은 없다.


 다만, 게이코의 태도와 마음으로부터 인간이 인간에게서 받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쁜 감정과 따뜻함은 맘에서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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