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Dec 28. 2019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독후감70

정목스님

 정목스님은 과연 자신의 글과 같이 감사하고 행복하고 평안할까?

고뇌와 미워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하다가 이와 같은 글을 대뇌이고 쓰다 보니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그의 주변엔 왜 좋은 사람이 많을까?

정목스님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주변에 불평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대부분이 이럴 텐데. 자신도 변화하기 힘들지만 계속 부딪히고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게 느껴진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은 있는 걸까?

책을 읽다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문득 왜 나는 주변 사람들이 불평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까? 

‘내 생각부터 바꿔야겠다.’

정목스님도 주변에 좋고 착한 사람들만 있진 않을 것이다. 그도 우리와 똑같다.

단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내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먼저 감사와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나를 토닥여 주어야 한다. 

내 마음부터 열려 있어야 한다. 나부터.




책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 정목스님의 메시지들을 추려본다.

- 단순해지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자.

소중한 것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불필요한 것이다.

무엇이 불필요한 것일까? 불안한 감정, 걱정하는 감정은 불필요한 것이다. 

자꾸 불안함을 미리 당겨서 불안해하고,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는 나의 해석을 덧붙이게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면 소중한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누리자.

꽃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배울 수 있는 자세가 있다.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세가 있다. 대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지나치고 부딪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허투루 보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인연이고 소중하다. 지금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

목표로 인해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지 못한다. 과거에 매이거나 미래에 목말라하고 있다.

현재에 연결되지 않은 과거와 미래는 없다. 현재에 집중하자.


-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찬찬히 바라보아야 한다. 마음을 지켜보아야 한다.

‘해미석’을 바라보면 나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닷가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 이름이다. 바다 海, 아름다울 美. 작은 돌 하나에도 내가 마음을 기대일 부분이 있다. 차분해진다. 움직이는 나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느리게 가는 달팽이를 보면 참으로 더디고 답답해 보이지만 우주의 속도에서는 그것이 지극히 합당한 속도이다. 달팽이에서도 그 합당함을 느끼게 되면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 상대방이나 하나의 사물보다는 만물과 우주의 존재에 대해 감사해 본다.

공간과 주변이 사랑의 에너지로 채워질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도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이 말을 반복적으로 속삭이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생활 속에서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는 관계가 편치 않은 사람과 화해를 하는 일이다.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 보지 않게 되는 상황이 감사할 뿐이다. 마음속에 미운 사람이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떠오르면 마치 자신이 말없는 나무토막이 된 듯 가만히 있어본다. 원망감이 일어나는 그 마음을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지켜보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도 이와 같은 글귀를 종종 읽지만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곱씹어 생각해보면, 지그시 그 감정에 주의를 보내어 온 몸으로 그 느낌과 호흡해본다. 몇 번 호흡을 크게 하다 보면 실망의 감정은 크기가 줄어들거나 온데간데없어질 것이다.

호흡을 한다는 것은 숨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숨을 들이마시며 ‘들이마심’ 그리고, 숨을 내쉬며 ‘내쉼’하고 호흡에 이름을 붙이며 숨 쉬어 보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 

 숨에 집중한다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매이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누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생각도 늘 쓰던 생각만 찾는다고 한다.

자주 하는 생각들이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생각들이면 어떨까?

자주 하는 생각들이 시기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생각들이면 어떨까?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정목스님이 무어라 말씀하실지 안 들어도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어도 우리는 가끔 이와 같은 말씀과 책들이 필요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는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한산성 / 독후감6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