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책의 시작과 함께 문구가 눈에 띄어 밑줄을 긋는다. ‘작가가 나의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
나 자신의 세계 안으로 들어온 작가는 누구일까? 그런 작가는 몇 명이나 될까? 3명? 4명?
두말이 필요 없는 작가 김훈, 중국인 작가 위화, 일본인 작가 하라다 마하 그리고, 다시 두말이 필요 없는 파울로 코엘료.
코엘료 씨의 여자 친구는 슬로베니아 사람으로 이름은 베로니카이다.
(사실 지금까지 사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책이 쓰인 지 20년이 다 돼간다.)
베로니카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에 있는 정신병원 빌레트 원장의 딸이며, 공교롭게도 이 책의 주인공 이름 역시 베로니카였다.
코엘료 씨는 요즈음 삶이 무료했을 것이다.
무료한 삶을 타파하기 위해 여자 친구와 함께 파리에 있는 알제리 식당에서 식사도 하며, 일상을 통해 글감을 얻기도 하고, 구상 중인 책에 대한 계획도 하며 틈틈이 책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얻은 명성과 명예의 안정된 삶에서 무료함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지난주에 우연히 접하게 된 동기부여와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고 충고하는 자기 계발서를 통해 문득 아이디어 하나를 얻는다.
코엘료 씨 자신도 이와 같은 인생 지침서를 쓰고 싶어 진다. 단, 그만의 스타일과 방법으로.
당연히 그것은 소설일 것이다.
그 소설을 통해 우리는 매일매일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 느껴질 것이다.
그 소설이 바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아닐까?
삶에서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을 마침내 얻게 되었을 때,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매일매일이 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로 결심했다.
정말로 죽으려고 했다. 죽는 줄 알았다. 자살에는 실패했지만 실려온 빌레트 정신병원 의사로부터 죽는 날을 통보받았다. 살 수 있는 날은 닷새, 아니면 길어야 일주일. 죽는다고 하는 날이 다가왔다. 베로니카는 죽지 않았다. 내일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를 더 살 수 있다.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내일 죽을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살아간다.
오늘이나 내일은 죽지 않을 것이라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교만하며 살아간다.
죽음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자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