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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성운 Jan 28. 2018

음식점 대기 고객 놓치지 않으려면?

마이스터의 8원칙을 중심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1. 우리 매장에 언제, 몇 명의 고객이 올지 모른다
2. 고객이 얼마의 시간 동안 머무를지 모른다
3. 고객이 얼마의 매출을 발생시킬지 모른다


상품은 팔지 못하면 재고로 남는다. 하지만 서비스는 그날 팔지 못하면 사라지는 특성(소멸성)이 있어 음식점 사장이라면 한정된 시간 내에 계속해서 빈 좌석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한번에 많은 고객이 찾아와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나 근무 인원의 한계가 있어 고객 대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대기시간까지 길어진다면 고객을 놓치거나 클레임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고객이 똑같은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대기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기업 경영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마이스터(David Maister)고객의 심리적 대기시간을 관리하는 8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1.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의 대기가 더 길게 느껴진다
2. 구매 전 대기가 더 길게 느껴진다
3. 근심은 대기를 더욱 길게 느껴지게 한다
4. 언제 서비스를 받을지 모른 채 기다리면 대기는 더 길게 느껴진다
5.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기는 더 길게 느껴진다
6. 불공정한 대기가 더 길게 느껴진다
7. 가치가 적을수록 더 길게 느껴진다
8. 혼자 기다리면 더 길게 느껴진다.

지금부터 ‘마이스터의 8원칙’을 기반으로 음식점에서 고객의 심리적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하이디라오 ‘대기하는 순간 감동 서비스가 시작된다’


하이디라오는 1994년 쓰촨성에서 테이블 4개로 시작해 현재 중국에 130개점, 싱가포르, 미국, 한국의 명동에도 진출한 중국의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 전문 프랜차이즈다. 중국에서 흔한 훠궈 아이템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더해 대륙의 기적을 만들어낸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테이블 회전율 3회전은 거뜬할 만큼 바쁘다. 고객이 1~2시간 대기하는 게 일상이다. 이에 하이디라오는 별도의 대기 공간과 전담직원까지 갖추고 있다. 직원들은 대기 고객에게 과일, 팝콘, 음료 등을 제공하며 음식이 떨어지는 순간 무섭게 채워놓는다. 고객에게 대기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서비스받고 있음을 인식시킨다. 고객은 대기표로 자신의 입장 순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네일아트와 구두닦이 서비스 또한 제공받게 된다. 이는 마이스터의 8원칙 중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의 대기가 더 길게 느껴진다’와 네 번째 ‘언제 서비스를 받을지 모른 채 기다리면 더 길게 느껴진다’를 조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하이디라오 홈페이지




송정집 ‘기다리는 동안 즐거움을 제공하라’


부산의 한·분식 전문점인 송정 집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기다림을 즐겁게 하고 있다.

1. 먹는 즐거움 

송정 집은 자가 도정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매일 아침 도정 시 나오는 신선한 미강을 구수하게 볶아내어 차로 우려낸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즐길 수 있게 대기 공간에 세팅해 두는데 "혹시라도 미강차가 떨어지면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직원 호출용 벨을 준비해 두었다.


2. 받는 즐거움 

미강가루는 현미에서 백미로 도정 시 생기는 가루를 말하는데 암을 예방하 고변 비를 해소한다. 피부미용에도 좋고 독소를 배출시켜 다이어트에도 좋다.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사의 강점을 활용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오랜 시간 자신들을 기다려준 대기 고객에게 전하는 선물인 셈이다.


3. 참여하는 즐거움 

송정 집은 퀴즈를 통해 자신들의 오너 셰프 제도를 알리고 있다. 고객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송정 집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하는 입소문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퀴즈를 맞추면 추첨을 통해 선물까지 제공하니 송정 집 고객들은 기다림에 지루할 틈이 없다.


4. 송정 집을 좀 더 빨리 즐기는 하는 법 

송정 집 대기공간에는 메뉴판과 고객 주문서가 비치되어 있다. 고객이 대기 중에 미리 주문서를 작성한 뒤 입장 시 직원에게 주문서를 전달하도록 프로세스가 설계되어 있다. ‘송정집을 좀 더 빨리 즐기는 방법’이란 주제로 고객을 참여시키고 있다. 이는 고객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여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이고, 미리 주문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대기 중에도 이미 구매가 시작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마이스터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원칙을 모두 조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기 고객을 위한 송정집의 배려 서비스




동해장 ‘공정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라’


평택에 있는 동해장은 백종원의 3대 천왕 출연을 계기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국요리 전문점이다. TV에 출연한 다음날, 나는 그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보통 TV에 나온 집은 고객이 이른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개점과 함께 동시 입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대기 고객을 이렇게 관리하고 있었다.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라서 별도의 대기 공간은 없었다. 하지만 추위에 떨고 있는 고객을 배려해  직원이 향긋한 차를 나눠주었고 이 말을 잊지 않았다. “따뜻한 차 한 잔 드시면서 몸 좀 녹이세요” 그날따라 유난히 아기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았는데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대기 고객 중 아기나 임산부가 계십니까? 추운 데서 계시면 감기 걸릴 수 있으니 보호자 한 분만 동반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들에게는 매장 내 편안한 부스에서 기다릴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다.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들의 수준 높은 배려 서비스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잠시 후 직원이 대기 고객에게 1번부터 30번까지 번호표를 나눠줬다. "점심시간에는 대기번호 30번 고객까지만 식사가 가능합니다. 죄송하지만 31번 고객님부터는 다음번에 방문 부탁드립니다" 그의 손에는 정확히 30장의 번호표가 들려있었다. 2시 이후부터 브레이크 타임인데 마냥 기다리다 헛걸음 하는 고객이 없도록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이는 마이스터의 4번째 원칙인 ‘언제 서비스를 받을지 모른 채 기다리면 대기는 더 길게 느껴진다’를 조치하는 예이다. 드디어 1번부터 30번까지의 고객이 한 번에 입장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직원이 말했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안으로 모시고자 자리는 합석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가 지정해드리는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 주문은 번호표 순서대로 받을 예정이니 자리에 착석하신 고객은 테이블 위에 번호표를 올려주세요” 모든 고객이 동시에 입장할 경우 차례를 정해주지 않으면 주문 순서가 뒤바뀌고 그 안에서 고객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동해장은 번호표 순서대로 주문 받음으로써 먼저 오신 고객 순서대로 빠른 식사 제공이 가능하게 했다. 이는 마이스터의 6번째 원칙 ‘불공정한 대기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를 조치하는 예이다. 

동해장의 고객 대기 음료와 번호표


지금까지 음식점에서 고객의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의 실제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고객에게 대기 시간이 짧게 느껴지도록 액션을 취해야 한다. 별도의 대기공간이 없어도 좋다. 위 방법 중 단 한 가지라도 적용해 본다면 손 놓고 귀한 고객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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