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년 전, 원 플레이트 푸드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S 브랜드는 원 플레이트 푸드의 원조이다. 푸드 퀄리티도 훌륭하고 직원들의 복명복창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종종 찾던 곳이다. 맛은 기본이오 푸짐한 양에 마치 2인분 같은 1인분이 특징이다. 가격은 전 메뉴가 19,800원으로 여럿이 갈수록 가성비가 높아지는 구조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은 19,800원이 결코 비싸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둘이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뉴 선택에서부터 딜레마에 빠진다. 하나 시키자니 아쉽고 두개 시키기엔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 꼭 두 개를 시킨다. 메뉴 두 개면 벌써 객단가가 19,800원이다.
여기에 7,000원 음료 한 잔만 추가해도 객단가가 더 높아진다. 인당 2만 원 이상이면 가격이 싼 것 같지만 결코 싸지 않다. 게다가 양이 많아서 음식을 꼭 남기게 된다. 포장 요청하는 고객도 많을 터 나는 훗날, 이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으리라 예상했었다(1,2인 고객에 대한 대안 필요!)
하지만 4년이 지난 오늘, 그들은 진화해 있었다. 한상 메뉴가 출시되었다. 마치 P 브랜드를 Ctrl + c, Ctrl + v 한 것 같은 구성이지만 1, 2인 고객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해 보였다. 전보다 1만 원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이 낮아진 만큼 양도 줄어서 남은 음식 포장 업무 감소 및 음식물 쓰레기 또한 줄인 셈이다. 이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이사항으로는 맥주 안주가 추가되어 있었다.
아마도 전보다 낮아진 1만 원을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보이나 '과연 고객들이 맥주를 주문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P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곳은 20~30대 여성 또는 커플 고객이 주로 밥을 먹기 위해 찾는 밥집이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자사의 주고객에 맞는 약간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상 메뉴, 맥주 안주등의 신메뉴를 출시했다면 출시 후 결과를 체크해봐야 한다. 판매량은 어떤지 전보다 매출이 올랐는지, 1, 2인 고객은 늘었는지? 오히려 기존 고객이 줄어 양 많고 푸짐한 자신들의 정체성이 흐려진 것은 아닌지 체크해봐야 한다.
방문 당시 상황은?
내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9시 10분이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4개 테이블만 차 있는 상태였다. 한참 식사를 하는데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 직원들이 신이 나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대화 내용이 다 들릴 정도였다. 음식점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라 지나쳤다. 그런데 잠시 후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주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홀에 4명의 직원이 스탠바이한 상태였는데 누구하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것이다.
Tip. 매장에서 큰 소리가 나면 사방의 고객을 향해 " 죄송합니다."라고 복창한다.
누군가 주변을 시끄럽게 해서 고객의 식사를 방해했다면 직원들은 고객에게 사과해야 한다. 직원이 실수했던 고객이 실수했던 마찬가지다. 모든 고객은 매장에서 편안히 식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고객이 하나둘씩 빠져나갈 때마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테이블 하나를 치우기 위해 4명 직원 모두가 달려들었다. 남들이 보기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서로 돕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다 함께 테이블을 치우면?
직원 4명이 테이블을 함께 치우면 동료애를 발휘할 수 있다. 빈 테이블이 금방 치워진다. 하지만 그 사이 고객은 외면받고 홀은 비워지게 된다. 직원이 스탠바이하지 않거나 홀에 아무도 없다면 고객들은 무언가 필요 시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당시 업장 상황을 살펴보자. 남아있는 테이블은 단 두 테이블 뿐이다. 모든 직원들이 주방 근처에 몰려있다. 마감 업무를 하는 것 일수도 있겠으나 단 한명의 직원도 홀을 살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카운터 앞에서 고객을 향해 있는 단 한 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스테이션이란?
'스테이션(Station)이란 직원에게 주어진 서비스 구역을 말한다.'직원마다 각자의 구역을 맡아 책임 서비스 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예) A 직원, 10번대(11~15번까지 5개 테이블) 라인 담당
각자의 서비스 구역을 나눠주면 고객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테이블을 비울 때는 옆 라인의 직원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야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고객들이 방치되지 않는다. 담당 직원은 항상 자신의 구역에 스탠바이 해야하며 시선은 늘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의 표정과 몸짓을 캐치하여 필요 순간에 다가갈 수 있다. 나는 현장직에 있을 당시 스테이션 관리를 꽤나 강조했었다. 고객을 관찰하고 예측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테이션 관리법
1. 직원마다 담당 서비스 구역을 정해준다.
예) A 직원 - 10번대 라인(11,12,13,14번 테이블) 서비스 담당
2. 다음과 같이 행동하게 한다.
1) 고객을 관찰하라
고객의 얼굴표정이나 각 테이블의 식사 제공, 진행 상태를 관찰하라
2) 예측하라
고객이 다음에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당신의 도움을 먼저 필요로 하는가?
나 혼자 처리가 가능한가?
3) 우선 순위를 파악하라
- 새로 오신 고객
- 음식에 문제가 발생한 고객
- 계산을 하려는 고객
- 추가 주문을 하려는 고객
- 음식이 안 나와서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하는 고객
- 테이블 치우는 옆 라인 동료를 돕는 일
4) 우선 순위에 따라 실행하라
- 일이 몰려 만일 혼자 처리 못 한다면 옆 동료에게 도움을 청해라(One Hand)
- 빈 테이블을 치우거나 음식 나온 것을 확인하는 등 라인을 비워야 할 때면 옆 동료에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내 라인의 고객들도 살펴줘!)
- 라인을 떠날 때는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고객이 다 드신 빈 접시가 있다면 양손 가득 들고 가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 주방에 내 테이블 혹은 동료 테이블의 음식이 나와 있다면 양손 가득 들고 나와라(Full Hands in Full Hands Out)
*필자 첨언
현장 근무 당시 빈손으로 다니다 내게 걸리면 그 직원은 크게 혼났다.
S 브랜드는 불친절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생기있고 친절했다. 다만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면 절대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사장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