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정량분석을 통해 숫자로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나 피고용자인 직장인 모두 그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숫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고 보상에는 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경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직원들 각각의 업무 효율을 더한 것이 회사 전체의 업무 효율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각종 업무 시스템이나 복리후생, 조직문화 같은 것들은 업무 효율을 고려해서 운영되고 만들어진다. 직원들 역시 성과나 생산성이 보상이나 벌칙과 연결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업무와 관련한 기술을 단련하고, 업무 방식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업무 도구를 받아들이는 직장인들의 일상적인 행동들은 모두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행동이나 작업들이 업무 효율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못한다. 업무 관련 시스템이 바뀌고, 직원 복지가 후해지고,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업무 방식을 바꾸거나 도구를 개선한다고 해도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업무 효율이 낮은 데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업무 효율이 낮다는 판단이 든다면 일단은 업무 효율이 낮은 이유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런 후에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낮은 원인들 중에 두어 가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직원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업무 효율은 낮아진다. 이 두 가지는 평가를 통해 대부분 파악이 될 뿐만 아니라 상식적인 선에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맡은 일을 처리할 만큼의 능력이 되지 않으면 학습을 통해 능력을 키우면 된다. 그렇게 해서 개선이 안되면 충분한 능력을 갖춘 인력으로 교체를 할 수도 있다.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불성실의 내적, 외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도움을 주어 업무에 집중하게 할 수도 있고, 페널티를 주어서 부정적이나마 동기부여를 꾀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능력도 있고 불성실하지도 않은데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나단 베넷(Nathan Bennett)은 낮은 업무 효율의 네 가지 원인 제시한다. 그중 두 개는 앞서 말한 능력 부족과 불성실(노력 부족)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업무의 어려움과 기회 없음이다. 일은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맞게 주어져야 한다. 일을 맡은 사람의 능력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을 주고서 효율이 나기를 바라는 것은 일을 맡기는 사람의 무책임이다.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한다는 관점에서 업무 효율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이 네 가지 원인 중에 경영자나 리더들이 많이 차용하는 것은 능력 부족과 불성실이다. 그러한 판단이 합리적인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업무 효율을 내기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을 주거나 아예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능력이 없다고, 불성실하다고 판단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원의 능력 부족과 불성실에서 낮은 업무 효율의 이유를 찾는 것은 간편하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적절한 일을 주거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경영자와 리더의 일이다. 낮은 업무 효율의 원인을 자신들에서 찾기보다 직원들에게서 찾는 것이 경영자나 리더에게는 아주 마음 편한 일임은 당연하다.
낮은 업무 효율의 네 가지 원인에 대해서는 경영자, 리더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 당사자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한다. 그중에서 업무의 난이도나 업무의 기회 같은 것에는 특히 경영자와 리더들이 각별히 챙겨야 한다. 쉽게 말해 경영자나 리더는 직원들의 능력과 성실성을 평가하기에 앞서 업무 효율을 끌어낼만한 적절한 수준의 일을 주었는지,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는지 스스로 평가하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되지 않고서는 업무 시스템, 복리후생, 직원 개인 차원의 업무 효율 개선 방안 같은 것들도 무용지물이다. 업무를 배정하고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경영자와 리더의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업무 효율 측면에서는 무능력이자 불성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