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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Sep 04. 2023

내일 더 산만해질 우리 모두에게

얼마전, 구성애 선생님의 강연을 신청해서 다녀오면서강연중에 나왔던 몇가지 책들을 바쁘게 온라인 장바구니에 넣었다. 한 권은, [차이에 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였고, 다른 한 권이 바로 오늘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 [도둑맞은 집중력]이었다. 강연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뵌 구성애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넘치셔서 강연 내내 눈을 뗼 수가 없었다. 연령별로 꼭 필요한 내용을 겨우 3시간 남짓의 강연에 모두 전해보려고 거의 랩하시듯 강의를 이어나가셨는데.....

'미디어'로 인해서 청소년들이 '성'이라는 것을 야동에 나오는 성행위 순간으로만 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전생애에 걸쳐서 심각하게 발생중인 상황을 설명하시던 중, SNS를 포함한 각종 매체를 청소년들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기셨다. 그러니 어찌 주문을 안 할 수가!!!


그래서 도착한, 오렌지색 표지의 책.

제목의 글씨들이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는 표지 디자인을 보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정신줄'을 형상화 한 것인가 싶어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나의 구남친이자 현남편은 새로운 스마트폰 기종이 나올 때마다 이를 기다려서 발매일에 예약을 하고 발매 첫날 손에 넣고 좋아하는(그러니까....테크 덕후가 아닌 척 하지만, 사실은 덕후인 ) 그런 사람이다.


처음 만난 2000년 부터 쭉 그러했으나, 2010년 새로 출시된 갤럭시S가 그의 손에 들어간 뒤 우리의 데이트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에 눈이 가있고,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함께 그 기세를 펼쳐나가기 시작한 카카오톡은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며 오프라인에서 마주보고 있는 우리를 방해했다. 그래도 주말은 있는 일을 하던 나와 달리,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주말은 그냥 달력에 빨간색만 칠해져 있을 뿐 평일과 다름 없이 일하던 그의 핸드폰은 계속 울려댔다.

징…징…까똑…까똑…


남자친구를 핸드폰에 빼앗긴 느낌이었다.

아직 스마트폰 세상에 빠지지 않았던 내 입장에서는 이런 남친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데이트 할때는 핸드폰 저리 치우라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2010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내가 애플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난 뒤 나 역시도 핸드폰에 코를 박고앉아 몸은 함께 있지만 서로 다른 디지털 세상에서 놀다가 "이거 봐봐"라며 다시 현실세계의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일상이 되어갔다. 더러는, 핸드폰 중독 아니냐는 잔소리를 그에게 듣기도 하며…점점 이런 모습들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갔다.


지금와서 그 때를 돌이켜 보면 분명 생활의 형태가 굉장히 많이 변화했고 폭발적으로 디지털 기기와 매체에 빠져들었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2023년인 지금과 비교해 보면 지금처럼 내 삶의 점유율이 높지는 않았다.

그 10여년 사이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울리는 각종 앱들의 알람은 더욱 끝이 없어졌고 '지금 보지 않으면', '지금 사지 않으면', '지금 하지 않으면','지금 선택하지 않으면'이라는 이야기에 등 떠밀려 좀 전까지 하려했던 일들을 까맣게 잊고 할 생각이 없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익숙해졌다.


실시간으로, 언제든 연락이 가능해진 업무 환경은 다른 말로 풀면,  '언제라도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해서 미팅중에도 커뮤니케이터로 오는 확인 요청을 완전히 무시하고 미팅의 내용에만 집중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슬랙이나 팀즈와 같이 개인의 현재 커뮤니케이션 가능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는 앱에서도 “미팅중이신 것 같아 죄송하지만…”라는 말이 뜨는 메세지가 뜨면,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라는 생각에 눈으로는 오프라인 미팅상의 발표자를 따라가면서 손으로는 문의에 답을 주는 상황들이 빈번해졌다. 프로세서가 여러개라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를 일컫는 단어 [멀티태스킹]을 사람에게 가져다 붙이고, 여러가지를 한번에 완벽히 해내는 사람을 추앙하기 시작한 이래, 쏟아지는 일의 양이 어떠하던 이를 잘 헤쳐나가는 사람을 우리는 “능력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는 듯 해 보였고, ’저럴 수도 있구나….부럽다.‘하며 그 방향을 향해 같이 뛰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 모든 일들을,
동시에 해 낼 수 있을만큼 진화한 것일까?


그 답은.

나도 너무 잘 알고,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도 너무 잘 알 듯 하다.

10여년은 전자 기기, 미디어의 발전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고, 엄청난 혁신이 거듭되었지만.

수억년에 걸쳐서 진화를 거듭한 인간에게 10년은 참 짧은 시간이었던 듯 하다.


24시간 접속 가능한 업무 환경, 24시간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플랫폼의 확산이 분명 더 재미있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진화 사이에 생긴 시차로 인해 꽤 많은 '부작용'을 바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다는게 그 증거가 아닐런지. 책 제목 [ STOLEN FOCUS 도둑맞은 집중력 ]에서도 바로 전하고 있듯, 이 시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뇌를 더 가속화 해서 문어발처럼 동시에 여러가지를 멋지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더 산만해졌고, 어딘가에 긴 시간 집중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까. 급증하는 성인과 청소년 ADHD 환자 숫자가 보여주듯 말이다.

이 책은, 모두가 이렇게 스스로의 이상을 감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모든 집중력 재난 상황을 매우 사적인 실험에서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사례조사를 통해서 그 이유와 해결책를 참으로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이렇다.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몰입의 손상
잠들지 못하는 사회
소설의 수난 시대
딴 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작고 얄팍한 해결책
근본적인 해결책을 처음으로 목격하다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잘못된 ADHD 진단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

하나하나가, 각각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와 관련된 주요한 이슈들을 훑어내려가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책을 관통하고 있는 맥락을 요약해보니 이런 메세지였다.


1) 집중이 어려운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2) SNS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들이 천재적인 인재들을 가득 모아 우리의 집중력을 조금이라도더 흔들기 위해서 무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멀티태스킹과 과도하게 긴 업무 시간을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는 개개인의 이슈라기 보다는 구조적으로 개인이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3) 집중력 저하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이슈지만, 그 외에도 불면증과 우울증, 그리고 만성스트레스는 물론...청소년들의 급증하는 ADHD 까지 심각성이 높은 현상들이 확인되고 있음.


4) 현재를 살아가는 성인인 우리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역사상 전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음.


5)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공간이나 사례, 인물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결국 이를 해결하는 일은 모두의 집단적인 노력일 것. 


이 책의 저자인 요한하리는, 디지털 세상과 고립된 공간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어 보기도 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던 사람들도 만나보며 책 속에서 내내 집중력의 회복을 향한 방법을 고민한다. 개인적인 방법과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을 두루두루 논하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참 고마웠다. 마치...고난길을 대신 걸어가주는 선생님을 보는 느낌이라 해야할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같이 해주는 어른을 만나서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80년대에 태어난 나는, 다양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한 뒤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성인이 된 뒤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와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를 맞이했지만, 2010년대에 태어난 내 아이의 생활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를 둘러싼 공기처럼 이 모든 것들이 너무 당연한 삶의 요소가 되어있다. 유모차를 끌면서 핸드폰을 보는 부모의 모습,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조용하기를 바라며 아이앞에 놔주는 핸드폰 속 작은 텔레비전, 각자의 유투브 채널에 구독자 숫자가 몇 명인지를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하는 부모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근데, 이러는 동안 성인이 된 나는 많이 잃어버렸고, 아이들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것은….

바로, [몰입] 이었다.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 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 도둑맞은 집중력 p.85 / 어크로스 -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집중을 하고,

몰입의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일까?

몰입을 해야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되고,

더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몰입의 경험이 필요하다 말하고 싶다.

여름날 오후에 펀트 배를 타고 처웰 강에 나가 한적한 곳을 찾아 배를 정박하고, 오후 내내 느긋하게 수영을 즐겼다. 때로는 밤이 되면 아이시스강 옆의 예선로를 따라, 이플리 수문을 지나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장거리 수영을 했다. 그런 다음 아이시스강으로 다이빙해 들어가 수영을 하다보면, 강물과 내가 하나가 되어 같이 흐르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 올리버 색스의 책 '모든 것은 그 자리에 (Everything in its place)' 중, p.12/ 알마 출판사-


순수하게 어떤 대상에 몰입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순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빠져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수 시간이 지나버린 경험.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덕질을 하는 아이돌이 그 대상일 수도 있고,  읽고 있던 소설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하루가 다 가버린 경우일 수도 있다. 일하면서 모니터 화면속 가득한 엑셀 차트에 가로로 세로로 숫자를 밤새 정신없이 맞추면서 묘한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해당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 어떤 내용일지라도 오롯이 그 대상과 나만 존재하는 그 느낌. 바로 그 느낌 안에는 자리한 쾌감. 결과에 대한 쾌감이라기 보다, 그렇게 빠져든 순간의 자신에게 느끼는 만족감에 더 가까운 이 느낌은, 다시 그 안으로 자꾸만 되돌아가고 싶게끔 만드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다.

부디 아이가, 그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라며. 매 주 수영을 레슨에 따라가 보는 중이다. 수영장에서는 사진을 못 찍어 아쉬운 마음에 남겨본 그림.

살면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려면.

그만큼 크고 작은 행복들이 필요하다.

다양한 행복방정식 중, 개인의 노력으로 수시로 불러올 수 있는 몰입의 경험…

그걸, 스스로에게 다시 일깨우고 아이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근데, 이 책에서도 내내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대 기업이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 위치하는 우리 각자의 기준을 하나로 만들기는 참 쉽지 않다. 아이 손을 꼬옥 잡고 산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다른 친구들 속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게 하는 것도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머릿속을 헤메이던 중.

큰 느낌표가 정수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관심을 기울이면, 우주의 기운이 하나로 모인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도대체 어찌하면 나를, 나의 가족을, 나의 아이를 이 허물어져가는 집중력의 늪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메일함을 확인하던 중, 그 날 날라온 뉴욕 타임즈의 메일 내용에서 10대 청소년 관련 상담칼럼을 담당하고 있는 리사 박사의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다.

마침, 가장 최근에 올라온 에피소드의 내용이 현재의 다양한 상황들을 '공중 보건의 위기'라고 칭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논했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토픽이 바로 [소셜 미디어로 인한 피해 및 대형 기술 기업이 온라인에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미국 연방 정부 의무감 (U.S. Surgeon General)으로 재직중인 Dr. Vivek Murthy 머시박사와 함께 나눈 이 대담속에 현재 우리와 우리의 청소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상황을 일컬어 소셜 미디어와 관련한 안전 기준은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 자동차와 함께 변화한 우리의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제가 어릴 때 자동차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연간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은 자동차를 없애고 말과 마차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결책의 핵심은 이 기술이 우리 삶에 일부 이점이 있는 것이라면, 이를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었죠. 따라서 자동차 안전 기준을 확립하여 안전벨트를 설치하도록 했고, 이를 실제로 사용하도록 강제하며, 에어백 및 기타 안전 장치와 도구들이 차에 갖추어지도록 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안전 기준은 국내의 자동차 사망률을 급격하게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구요.

바로, 이런 안전 기준이 지금 시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고 있는 지 살펴보면, 그 중 일부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종종 아주 폭력적이고 성적인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으며, 아이들은 PG-13 등급 영화를 볼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매우 노골적인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적절한 설명이었다. 몰입을 방해하여 끊임없이 산만해져가는 다양한 이유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와 같은 형태의 플랫폼이었다.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했고 이제는 없이 살던 시기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모두의 삶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기준은 배워본 적도, 세우려는 누군가를 본 적도 없었다. 이미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그들의 컨텐츠가 미치는 악영향을 이미 오랜전에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어떤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은, 산꼭대기에 가더라도 인터넷이 터져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폰 사용이 가능한 매우 디지털 후렌드을리(Digital Friendly)한 환경인 것은 물론, 이미 2019년에 스마트포 보급률 95%로 월드와이드 No.1** 을 차지한 히스토리도 보유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기술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이와같은 집중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이에 대한 해결책도 나서서 찾고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도 제정이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기대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매일 내 아이는 너무 빠르게 자라는 중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전 챕터를 거쳐 지속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일반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인지한 어른들의, 부모들의 연대 말이다.


사용한 사람들의 폐가 굳어져 죽고 나서야 사용이 금지된 가습기 살균제처럼,

약으로 개발되었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마약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헤로인처럼,

지구 하늘에 큰 구멍이 났음을 인지하고 나서야 후회한 프레온 가스처럼,

납중독에 걸린 사람들을이 수도 없이 생겨나고 나서야 사용이 급지된 납이 함유된 페인트처럼.


세상에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다들 환호하며 맞이했지만 엄청난 피해를 남긴 것들이 가득하다. 유해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해한'것으로 간주되어 큰 값을 치루어야 했던 이것들과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난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래서 사실 더 마음이 급하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연대'는 어찌보면, 정치적 비관주의에 빠져 선택한 사적이고 개인적인 해결책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법'이, '제도'가 현재 상황들로부터 우리 개개인을 보호해 주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연대 뿐이기에.


일단은, 우리 가정 내의 연대부터.

당장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남편에게 , 집 안에 Tech free zone (테크 프리 존)을 만들자 했다.

함께 식사하는 식탁, 모두 모여 책을 읽는 공간...과 같은 곳 부터 조금씩. 성인인 우리부터 몰입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집중의 시간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부터가 모든 일의 시작일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다른 성인들을, 부모들을 만나 보고 싶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보면...답이 나오지 않을까?







*A Conversation with U.S. Surgeon General Dr. Vivek Murthy

https://drlisadamour.com/a-conversation-with-u-s-surgeon-general-dr-vivek-murthy/

**한국 스마트폰 보급율

https://world.kbs.co.kr/service/news_view.htm?lang=e&Seq_Code=142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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