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by 선희

나비는 빗방울에 발을 씻는다

나비는 햇볕으로 날개를 부풀린다

나비는 바람을 타고 핥는다

나비는……


비가 오면, 그래서 흙이 씻기고 나면

새싹 같은 바람이 땅에서 난다

바람은 나비의 날개를 닦고

유약한 생명은 바람으로 유영한다


그러나

눈이 온다

그래도 눈은 온다


흙은 마른 얼음이 된다

흰 먼지가 사실을 덮어 실제를 가리고

바람은 탈 수 없게 날카롭다

바람에 스치는 흰 것들이 멋대로 타오른다


끝나지 않는 눈으로 세상이 솟는다

해가 또 지나간다

고갯짓도 없이


흰 것이 추락한다


나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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