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행을 가면 늦잠 많은 동거인을 두고 동네를 둘러본다. 중심가에 호텔을 잡지 않고 구석지에서 며칠을 보내면 일상을 본다. 출근하는 사람, 가게를 여는 사람, 아이를 등교시키는 이와 이미 출근 한 사람들을 평범한 거리에서 몇 번이고 지나친다.
깜장색 정장 사이에서 하늘색 블라우스나 카키색 자켓을 발견하면 눈이 돌아간다. 붉은색에는 일단 놀란다.
갓 문을 연 주인에게 안 되는 일어로 질문을 하고, 안 되는 영어로 답변을 받는다. 구글맵을 열어 그가 추천하는 가게에 별을 달았다.
의자가 없는 스탠딩-커피-바에 대해서는 지면으로 몇 번이고 읽어봤지만, 가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또 달랐다. 생각보다 배에 힘을 줘야 했고, 멍하니 핸드폰을 보기도 어려웠다. 한참 책을 읽어도 고작 10분이 지나있었다. 하나 둘 손님이 들어왔지만, 몇 번의 사진 소리를 남기고 금방 자리를 떠났다. 모르지만 좋은 노래가 반, 모르면서 과한 노래가 또 반 정도 들렸다. 아는 노래는 열에 한 번씩 들려왔다. 구글맵을 열고 "오고 싶은 곳"으로 표시한 스테레오 커피를 "별표"로 교체했다.
아직까지도 영패션 매장을 돌아다니는 내가 층 위에 위치한 전문 매장의 모양과 가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어떻게 저런 브랜드가 있지? 하고 놀라워하니, 자신이 보여지고 싶은 모습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며 누군가가 말해주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의미를 몰랐던 것이었다. 나를 해치지 않는 선 정도만 가늠하며 옷을 걸치는 내가 반성을 했다. 반성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또 없지만, 은연중의 무시를 미안해했다. 집의 얼굴들을 지나치며 문득 그의 말을 떠올렸다.
신호에 걸리자 자전거를 멈추고 책을 읽는 사람과 신호가 바뀌자 기어를 잡는 사람. 등교하는 어린이와 거대한 감자를 만났다.
체류 자격을 가지고 몇 년 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살아도 모르는 것이 그 나라이고 그 도시여도, 가이드에 실리지 않을 골목을 걸으며 냄새를 맡으면 어쩐지 말을 걸게 된다.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없는 건가요. 그 누구도 답답한 상황에서 빵 소리를 내지 않네요. 삼십만 원씩 하는 가방을 모든 아이들이 메고 있나요. 자전거 의자가 다들 낮은 것 같은데요. 영수증을 손으로 쓰면 왜 추억이 될까요. 고맙습니다 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건 우리와 같네요. 타베로그 지도가 불편하지 않나요. 쟈란은요. 지난번 방문보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요. 동거인 없이도 가게의 주인들과 말할 수 있어 좋네요.
이제쯤이면 일어났을까 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화장실에서 씻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고, 티비가 틀어져있지도 않았다. 창문을 열고 해를 들였더니, 사부작 거리는 이불 소리 너머로 갈라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며 서른 번쯤 여권에 도장을 찍은 도시에 휴가를 내서 찾아온다. 매년 하는 의식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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