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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Oct 12. 2018

도쿄의 낮과 밤을 수집했다

일본의 도시들을 왕복하는 동안 수도라고 얼마나 다르겠냐며 도쿄를 등한시했다. 그렇게까지 도시인 곳을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 그런데 동거인이 출장을 다녀올 때 마다 간접적인 맛을 몇 번씩 체험했더니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관심을 모았다"라는 말은 문장 그대로 엑셀 파일에 지역과 종류 그리고 중요도 순으로 셀들을 채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본 것(도쿄에서 얼굴을 수집했다)과 먹은 것(도쿄에서 먹고 먹었다)으로도 갈 이유 충분한 곳이지만, 사이사이 마주한 장소들의 수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낮과 밤의 도쿄다.

일본에 갈 때는 대부분 저가 항공을 이용했는데, 김포-하네다를 한 번 타고 났더니 다시는 인천-나리타에 발 들일 수 없었다. 멀고 넓고 긴 입국장을 피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

매번 창가에 앉는다. 창문도 열지 못할 만큼 피곤한 날이어도, 만석이라 맨 뒤에 앉아야 할 때도,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기대에 부풀어 창가 자리를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보았다 후지산.

Ginza Six

아직 잘 몰라서일까, 긴자가 그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음에는 다른 장소에 숙소를 잡자 했다.

1LDK

나카메구로에서 에비스 거쳐 시부야까지 걸었다.

D&DEPARTMENT
Disc Union
The Monocle Shop / Apple Store

한참을 돌아다니는 일이 즐겁고 힘겨웠다. 공유 자전거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있었다.

Ginza Maison Hermès Le Forum

하이앤드 패션 브랜드의 무료 갤러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의 시급을 받고 있을까.

Tokyo Bunka Kaikan, 東京文化会館

도쿄에서 꼭 한 군데를 가야 한다면 우에노의 국립 서양 미술관을 가고 싶다.

Pigment Tokyo
ARCHI-DEPOT, 建築倉庫

아름다운 곳이었다. 많은 돈을 쓴 후에야 이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불단을 취급하는 일이 많은 것도, 손으로 계산서를 쓰는 것도, 전통이라고만 말하기가 어려웠다.

Nezu Museum

네즈미술관은 평일에 찾자.

동거인과 여행지에서 오랜만에 말다툼을 했다. 사소했던 원인을 곱씹어보면, 결국 서로에게 괜찮다며 배려하다 일어난 감정이었다. 연애 초반 우리는 무던히도 싸웠고, 그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서로를 위로했는데, 생각해보면 지극히 독립적인 개인 둘이 서로의 의견을 맞추기 위해 치열한 배려를 채우느라 바빴을 뿐이었다. 아직도 모르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붓는다. 가득 찰 일 없도록 계속 둘을 넓힌다. 근사한 동거인과 함께 한지 여섯 해가 지났다. 앞으로의 육 년을 고대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JAL, 日航

아무리 도쿄스카이트리를 광고해도, 80년대 사람에게 도쿄의 타워는 역시 저 붉은 모양이다. 가본 적은 없다.

인스타그램: instagram.com/especially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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