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최근의 1-2년이 내 온 생에 걸쳐져 있었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찾고 파헤치고 사색하다 보니 사실은 어릴 적의 나도 그다지 괜찮은 환경에 놓여 살았던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나의 부모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의 기질적인 부분도 이 예민하고 모난 성격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땐 너무 없었고, 어렸고, 몰랐다. 그걸 누가 알았을까.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랑을 하는 것이 좋은 건지는 알고 있지만, 사랑을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는 모른다. 사랑을 받는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듯이, 사랑을 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건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사실이었고, 깊게 사색을 해야 했다는 걸 불현듯, 정말 갑자기 떠올린 것이다. 나는, 사랑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받는 게 중요했던 사람이었고, 사람을 좋아했으며 상처도 쉽게 받는 사람이었다. 모든 순간들에게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들은 없었지만 나는 쉽게 잊어버렸다.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장기기억장치에 중요한 순간들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가끔 망각한다. 복잡한 심정이 감정을 집어삼키면,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성적인 판단도 흐려지고, 그렇다고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있게 된다.
그건 과연 나일까. 그렇게 묻는다면 아마도 나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을까. 맞다. 그것도 나다. 많은 기억을 잊어버린 것도 나고, 쉽게 상처를 받은 것도 나였으며, 심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나였다. 그게 어떻게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
1년을 넘게 약을 먹으면서 자는 게 익숙해졌고, 불안에 익숙해졌지만 가끔씩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이걸 먹는 게 맞는 걸까.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려서 말하는 걸까. 사실은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고, 약을 먹는 게 지속될까 봐 두렵고, 명확한 이성보다 모호한 감성으로 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며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나다.
내가 아니고선 그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겠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부정하겠지만, 또 그만큼의 삶을 인정해야겠지.
A도 나고 B도 나다. 결국 A와 B는 같다는 명쾌한 결론이 나서야, 나는 편안하게 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아, 오늘의 겨울밤이 어쩌면 꽤 괜찮은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