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고 싶지 않냐는 남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건 아니야 다만 조금 내가 지쳐있을 뿐이라고, 남편의 말에 대답했다. 우리가 같이 안 살면 내가 누구랑 같이 살겠어. 나같이 외로움 많이 타는 여자가. 남편은 오해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 내가 까칠하게 군건 사실이었지만, 남편이 그렇게 느낄 줄은 몰랐다. 우울한 감정이 타인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나는 한참 동안 나의 잘못을 찾고 또 찾았다. 어디서 어느 정도까지 남편에게 우울감을 전달한 것일까. 내가 알 턱이 없었다.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미웠던 적은 있었어도 같이 살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면 진작 결혼을 하지 않았을 터였다. 단지 나는 내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붙어있는 일상에서는 내가 내 마음대로 무언가 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그야말로 온전히'나만의'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최근 들어 그게 없어진 탓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남편은 본인과 살기 싫은 거냐고 말해버린 것이다. 하루종일 나가지 못하는 생활은 답답하다. 그걸, 매번 나가는 남편은 알리가 없다. 물론 당연히 알아서도 안된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란 있을 수 없는 일!)
아, 우울이란 전염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내 우울이 남편에게 전염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는 그만의 일로도 벅찬 사람인데, 내 우울까지 곁들여주고 싶지 않다. 그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나아지고 싶을 뿐. 모든 사람이 그러하지 않을까.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 평범하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이 더 강렬해진다.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소망. 등등..
내 외로움이, 부디 남편에게 닿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