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 아무래도 감기가 옮은 모양이다. 어제는 어찌나 하루 종일 코가 막히던지. 코를 하도 풀어대서 코 바깥쪽이 헐었다. 감기도 무섭지만 애들한테 옮은 감기는 꽤 지독한 데다가 잘 낫질 않아서 걱정이다. 어쩐지 어제 그렇게 무기력하더라니 다 몸이 보내는 신호였나 보다. 이런 나이만 먹은 헛똑똑이 같으니라고.
나와는 다행히 아이들은 열도 떨어지고 기침도 점점 줄어든다. 나는 코가 말썽이다. 안 그래도 만성 비염인데 땡땡 부어있으니 숨 쉴 틈이 없다. 이렇게 해도 사람은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지. 코가 아파도 사지는 멀쩡해서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잔소리도 한다. 그냥 기침만 좀 나오고 코가 막혀서 숨쉬기 힘들 뿐.
그동안 살이 찐 내 모습이 싫어 매번 체중계 올라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와서 체중계 숫자를 볼 때마다 스스로 한심해하곤 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체중계를 산 이유는 분명 체중을 재려고 사긴 한 건데,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거였으면 사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 나이가 들고 살이 붙는 내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른다. 다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뺄 수 있을 거라고 다이어트 약도 먹어보고, 식욕 억제제도 먹어보았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30대 초반과 내가 똑같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것이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생각도, 가치관도, 몸도, 나이 들어가는 나를 인정해야 했다. 그때야 비로소 날 마주하게 될 수 있달까.
살이 붙은 나를 내가 좋아해 주지 않으니 미운모습만 자꾸 보였다. 여기도 밉고, 저기도 미웠다. 다 꼴 보기 싫어서 거울도 본 지 오래되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 미운 내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젊음이 영원할 거라 믿었던 내 오만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고, 나이가 들어가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기왕이면 잘 살아보자고, 다독이며 청바지 사이즈를 높여 산다. 스몰만 사놓고 입을 줄 알았던 그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는 빠지겠지 하면서 희망고문 하고 싶지도 않다. 있는 나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 체형에 좀 살이 붙었더라도 어쨌든 나니까.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울 수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