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by 김태연



집에 내내 틀어박혀있다가. 신랑이 사 온 돈가스를 먹고 옷도 수선할 겸 해서 저녁에 차를 끌고 나왔다.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왜 이리 추운 건지, 덜덜 떨면서도 가진 옷을 와르르 들고 가선 이건 단추가 풀러 져요. 이건 밑단만 줄여주세요. 어른 여자랑 대화해 본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밖으로 나와서 여기저기 옷가게를 기웃거린다. 세일하는 제품들도 있고, 아닌 제품들도 있고, 한번 입어보기도 하고 벗어보기도 하며 옷가게 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대화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여자 사람이랑 대화를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방학 내내 애들이랑 씨름하니 느는 건 몸무게와 뱃살뿐. 미디엄도 겨우 들어가는 바지 덕에 헉. 더 이상 넘어가면 안 되는데, 싶은 거다



여하튼 기분이 산뜻해진 나는 잔뜩 옷을 또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세일하는 겨울옷과, 봄옷을 사며 계절의 교차감이 손안에 쥐어진 느낌이다. 집에 와서도 기분이 좋다고 신랑에게 그랬었다. 여보 나 기분이 좋아 흐흐. 나아졌으면 됐다며 일하는 그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금요일까지 일하게 만들다니! 회사가 아주 작정을 했군! 평소 같으면 투덜거렸겠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괜찮으니 봐주기로 한다. 게다가 돈가스까지 사 오지 않았는가!


몇 주 만에 집에서 나를 위해 나갔다 온 건지. 근 한 달 만인가. 나는 조금 새삼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맨날 나가봤자 장 보고 오고, 집에 필요한 물건들만 금방 사 오느라 제대로 구경도 못했는데, 나를 위한 시간을 썼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게 뭐든 다.


아, 두 계절을 손안에 쥐고 오니 마음이 벅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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