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다 남은 카레를 오늘 아침대용으로 다 먹었다. 어제는 식욕이 폭발해서 라면을 먹고도 부족한 허기에
냉동 볶음밥까지 먹었더랬다. 정말 딱, 토하지 않을 정도로만 먹었다. 그건 야식일까 폭식이었을까.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야식과 동시에 폭식인지도 몰라. 나는 후회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 안 먹었으면 계속 생각났을 거야. 어쩔 수 없었어.라고 되뇌며.
'한 10킬로 찐 것 같은데?' 남편의 물음에 나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그래. 예전에는 안 그랬지 근데 그렇게 살진 않을 거야. 난 토실토실하게 살고 싶어. 토실토실이라니. 남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다. 그래. 그래라. 엉 난 그렇게 살 거야. 포동포동하게 살 거야.라고 말한다. 물론 토하기 직전으로 먹어댄다는 건 문제가 있긴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선생님과 상담을 했고, 약을 처방을 받았다. 다만 딱히 식욕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식욕이 없으면 정말로 아무것도 할 힘이 안 난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지도 않고. 그런 상태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나는, 살은 빼고 싶어도 피폐해지고 싶진 않아서 충분히 다이어트 약으로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스몰 안 맞으면 미디움 가면 되지. 마지노선은 미디움이야. 스스로 선을 정했다. 다신 스몰로는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애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간단히 먹겠다면서 냉동 돈가스를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돌린다. 카레에 찍어먹을 거야. 나의 굳은 다짐이다. 밖에서 사 먹는 카레에는 돈가스가 세트로 나온다. 나는 그렇게 먹는 게 꽤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집에서 해 먹어 본 적이 없다. 일식 카레는 아니지만 충분히 일반 카레로도 그렇게 먹으면 맛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맛있다. 냉동 돈가스도 맛있고, 카레도 맛있다. 선생님이 식욕 조절되는 약을 주신다더니 약이 듣질 않나 보다. 이렇게도 아침부터 잘도 먹어대는 걸 보면.
아침을 먹고 조금 쉬다가 강아지 미용을 하러 다녀왔다. 1시간을 카페에서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의 글들을 본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이 많다. 내 주변에 없는 사람들. 그러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사람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이 사람들의 삶은 재밌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나도 그 짠한 사람 중에 한 명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 삶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의 삶에 대해 타인의 생각이 궁금할 것 까지야. 나는 금세 생각을 거두어버리고, 카페에서 마냥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린다. 우리 강아지 미용이 끝날 때까지. 미용할 때마다 케이지에서 안 나오려는 겁 많은 우리 집 강아지. 잘하고 있겠지. 카페의 한 시간이 이렇게나 길 줄이야. 나는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 느낌이다. 데리러 오라는 짧은 문자가 얼마나 반갑던지. 얼른 가서 미용이 잘 된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아, 오늘 할 일은 끝났다.
이제 맘 놓고 맥주 마셔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