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 순간들.
불안과 초조함이 아침부터 몰려오는 시간들이다. 나는, 어째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망설이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 한 캔을 꺼낸다. 눈뜨자마자 술이라니. 다행히 둘째는 맨 정신일 때 유치원에 보냈고, 첫째는 오늘 방과 후를 가지 않는다. 남편은 나갔고, 술을 마실만한 핑계는 너무나 적당하다. 맥주를 마시니 초조함이 점점 사라지고, 마음의 느슨함이 몰려온다. 취한 건 아니지만, 목으로 넘어가는 알싸함이 좋다. 초조해하던 내 불안감도 점점 진정되어 간다. 나는 무엇을 장 볼 것인가 고민하며 밖으로 향했다.
두 손에 잔뜩 장을 보고 무겁게 들고 온 나는 얼른 냉장고에 식재료를 정리한다. 술을 마셨으니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해야 할터. 맥주를 한 캔 더 따서 컵에 따르며, 된장국을 끓일 준비를 한다. 육수를 낼 수 있는 소분팩을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며 육수가 우러나길 기다리는 동안 다른 식재료들을 다듬는다, 감자를 깎고, 양파를 썬다. 맥주 한입을 마시고, 팔팔 끓는 육수에 된장을 풀어낸다. 다듬은 재료들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맨 정신이었으면 미루고 미뤄서 하지 않았을 일들을 오늘은 운전할 일이 없다는 핑계로 술의 힘을 빌려 음식을 만든다. 어쩌면 나는 용기가 없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맨 정신으로 할 생각을 안 하다니 말이다.
나는, 약간의 이 나른함을 좋아한다. 그래야 뭔가를 할 수 있는 행동이 생겨난다. 불안에 잠겨 있을 때는, 도저히 집중하지 못한다. 그저 초조하기만 하고, 속으로는 벌벌 떤다. 겉으론 괜찮은 척도 불안할 때는 잘 못한다. 그대로 이 드러나는 성격은, 역시 별로 좋은 편은 아닌 걸 알고 있지만 도저히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아침부터 맥주 한 캔을 따야 직성이 풀리는 걸 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나의 면을 싫어한다. 아침부터 맥주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신랑이 알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맥주를 마신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또 빠릿빠릿 움직인다. 설거지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왔다. 된장국도 끓이고, 첫째 아이에게 고구마도 구워준다. 무엇이 할 게 없나 냉장고를 뒤적인다. 나는 이런 내가 기괴하면서도 웃기다, 허허. 웃고야 만다. 이제 그만 마셔야지 하면서, 다짐도 한다.
그리고 그 책 제목이 생각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