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다

by 김태연

예민한이 아닌,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예민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을 만큼 넘쳐흘러서, 더 이상 받아들일 예민 같은 건 더 없다고 늘 생각해도, 별 이상하지도 않은 이유들에 예민하게 굴고 있는 나를 보면, 아. 인간이 가진 감정은 정말 끝이 없네.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야무지지 못해서 뭘 하든 덤벙거리는 성격이다. 예민함과 야무짐은 다르다는 것을, 조금 더 크고 나서 알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이란. 마치 엄청난 배신을 당한 느낌이랄까. 스스로 나름 야무지다고 살아왔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되려 곰에 가까운 타입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아직 물들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냥 예민한 건 예민할 뿐이었고 섬세하고 야무진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의 상태는 요즘 될 대로 되란 식이다. 안되면 마는 거고 잘되면 좋은 거고. 살다 보니 터득한 방법이라곤 이것뿐이다.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속은 편하지만 또 속이 터진다. 뭔가 되게 아줌마 같은 말이지만 대체할 말 같은 건 없다. 속이 편하면서 동시에 속이 터진다는 말을 뭘로 대체할 수 있을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어제와 나는 똑같아서 조금 더 나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오히려 고민하는 사람에 가깝달까. 아직도 해답은 찾지 못했다. 더 나아진 인간은 좀 더 참을 수 있는 인간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이번생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늘 조급하고, 인내심이 짧으며 당장 해결하는 걸 원하는 여자니까. 그냥 작년보다는 좀 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네. 정도로 생각한다. 나에게 섬세하다는 말은 다정하다는 말과 비슷하다.



될 대로 돼라. 섬세해지고 싶다. 이 무슨 안 맞는 조합인지는 모르겠다.

그래.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글이라 특별한 무언가를 담고 있지 않다. 때때론 우리 모두 그런 게 필요하다. 의식하지 않고 그냥 무언가 지껄이고 싶을 때. 메시지를 꼭 담고 싶지는 않을 때. 그냥 기분이 그럴 때 말이다.


이 글은, 기분이 그냥 그런 상태에서 아무 목적 없이 쓰는 글이다.

올해에는 내가 좀 더 섬세해지기를 바라는 어쩌면 희망일기 같은 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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