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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2. 2023

잘 먹고 잘 자고 잘 일어납니다.

한 2-3일 정도? 는 잘 먹고, 잘 자고 그러고 있으니 잘 일어난다. 일어나도 기분이 별로일 때가 많았는데(오히려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최근엔 일어날 때 기분이 괜찮다. 잊지 않으려고 삼시 세 끼를 첫째 아들 챙겨줄 때 같이 챙겨 먹었고, 영양제도 챙겨 먹었다. 술 먹고 싶은 날이 있으면 술을 최대한 약 시간과 떨어져 먹기 위해 좀 더 일찍 먹는 편이었고(그래봤자 한잔이었다.. 뭐 엄청 많이 마시는 애주가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기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나는 나를 지금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우리 아들들을 돌보듯이.


평범한 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남편이 늦어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그러려니 한다. 가장 안정된 상태라고 해야 하나.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늘 이런 삶을 원했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어디 하나 모나지 않은 하루 말이다.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돌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하루. 아이들이 어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잠들 수 있는 하루. 남편에게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하루 말이다. 요즘은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좀 괜찮은 것 같다. 윤택하다, 까진 아니어도 나쁘지 않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있는 중이랄까.




어제는 환불하라고 난리를 쳤던 아이패드 미니를 개봉했다. 남편이 그렇게 돈이 없는데 뭐 하러 샀느냐고 난리를 쳤는데, 내가 환불할 생각이 없으니 알아서 팔겠다고 했다. 당근에 팔아야지 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신랑이 결국엔 개봉해서 본인이 쓰겠다고 했다. 음.. 그런 용도를 위해 산건 맞는데, 막상 신랑이 쓴다고 하니까 거봐, 내 말이 맞지? 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그가 민망해할까 봐) 우리 남편은 내게 돈 잘 아껴 쓰고 있느냐며 물었지만, 나는 별로 먹는 것 말곤 쓸 곳이 없다고 했다(아직도 봄옷을 산건 비밀이지만) 은근히 수긍하며 괜찮다 생각하는 눈치인 듯하다. 왜 괜히 뿌듯하고 난리. 이게 뭐라고?



하루에 한 문장씩이라도 오늘의 생각을 패드에 쓰기로 해놓고선 꽤 안 쓴 지 오래되었다. 아마도 하루가 무난해서일 테지. 그 문장들 속에는 늘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단어들이 적혀 있다. 요즘은 걱정과 불안의 농도가 좀 연해졌다 해야 할까. 내가 문장들을 적지 않는 만큼, 나의 평범한 하루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뭔가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평범히 흘러가기를.

나는, 늘 바라고 바라왔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이 안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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