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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07. 2023

휴일의 아침



어제저녁을 배가 불러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으니 오늘 아침은 뭘 먹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저마다의 휴일을 보낸다. 나는 글을 쓰려 노트북을 켰고, 큰아이는 게임을, 둘째 아이는 장난감방에서 블록을, 남편은 새벽에 쿠팡에서 온 식재료를 다듬는다. 서로 배고프냐는 물음에는 다들 '아니'라고 대답한다. 어제 양념갈빗집을 오랜만에 가서 배 터지게 먹은 덕분에, 오늘 아침은 다들 생각이 없는 듯하다. 배고팠으면 벌써 뭐라도 해먹 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꼭 아침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이제 막 커피를 다 먹은 참이었다. 잠이 깰 것도 같고, 아직 덜 깬 것 같기도 하다. 의외로 피곤하군. 어제 너무 열심히 먹은 탓인가. 생각보다 소화기 쪽이 피곤한 것 같다. 얼굴도 부은 것 같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이라는 걸 요즘에 천천히 체감하는 중이다. 자기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나이 들어감을 알아버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너무나도 손쉽게 하루하루가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에는 나이 들기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멋모르고 살던 어린 시절도 물론 좋았지만, 지금 4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라는 여자도 꽤 나쁘지는 않다. 그냥.. 그건 꼭 시간의 순리대로 가는 것과 같아서 굳이 거스르고 싶지 않은 느낌이랄까. 나의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나이 들어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부모님이 나이 든 모습을 보면 좀 서글프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성장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겐 노년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달까. 그래, 그건 좀 서글프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아,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집에 있어야 하나.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날씨인데 온다는 비는 오질 않는다. 그저 날씨만 흐릴 뿐.

아, 졸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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