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May 15. 2023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시간이 자꾸만 흘러간다. 우리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어른이 되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올수록 자꾸만 물어보게 된다. 이게 맞나? 이게 맞는 건가? 확신을 할 수 없어서 되묻고 또 되묻는다. 모든 것의 결정자는 나고 그 책임자도 내가 된다. 그래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나는 어른이란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결정도 해야 하고, 그에 따라오는 결과들에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어렵다. 어려운 건,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간을 붙잡는 건 더 어리석은 짓일 것 같다. 흐르는 게 시간이 맞는 거지. 멈춰있으면 그건 시간이 아니게 된다. 이걸 깨닫게 되다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 없는 실체를 있는 실체로 생각하게 되는 것.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정해진 만큼의 양이 있다는 것. 모든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는 정도?




아, 정리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미루고 미루다가 해야지 해야지 해놓고 늘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옷 무덤 속에서 옷을 찾아내는 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게으르게 살면 이런 꼴이 나는 것이다. 내가 옷을 입는 건지 옷이 나를 입는 건지 이젠 모르겠다.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내버려 둔다. 이사 가면 정리해야지. 아마도 이 집에 이사를 올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집에 이사 가면 정리해야지. 라며 말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길 떠나게 되면 여기 친해진 엄마들과도 멀어질 수 있겠구나. 인간관계란 참으로 소모적인 관계인 건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일에 대해서 무덤덤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번 마음을 주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늘 마음을 주고 속상해하고 섭섭해지는 걸까. 헤어짐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데 왜 우리는 그걸 부정적으로 제일 먼저 느끼는 걸까. 어쩔 수 없나.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느끼는 감정이 다 이런 건가. 그렇다면 헤어짐을 마주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마음을 줘야 나중에 후회가 안 남으려나. 이사를 앞두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역시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렵다.



요즘엔 우리 집 강아지가 큰애 옆에 늘 찰싹 붙어있다. 안겨있는 건 아니지만 큰애가 앉아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늘 몸을 붙어 앉는다. 큰애에게 마음을 준 모양이다. 큰아이는 그런 강아지를 아주 가끔씩 쓰다듬어 준다. 서로가 붙어 앉아있으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관계인 걸까. 나는 종종 생각한다. 어쩌면 선을 지키며 애정을 준다는 것은 꼭 내 아이와 강아지의 관계 같은 게 아닐까. 라며 말이다. 내 아이가 나보다 그런 면에서 더 잘 아는 것 같다. 하긴, 어른이라고 다 알진 못하겠네. 어리다고 역시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종종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나은 면들을 보여줄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금 집안일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쉬고 싶은 건지.

음..



아니다. 아닌 것 같아. 우선순위는 따로 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 힘내라고. 








작가의 이전글 생각보다 단순하게 사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