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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23. 2023

하루에 20분씩 산책하세요



우리 선생님 말씀이다. 하루에 20분씩 오전에 햇빛좀 받으면서 산책하세요.



그게 왜그렇게 힘든지.




나는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커피한잔 사가지고 돌아오는길도 버겁다.

다시 나가려니 엄두가 안나고, 집안은 할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다.

잠시 집을 제쳐두고 뛰쳐나가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럴만한 힘이 생겨나질 않는다.

한 자리에서 3시간을 내리 앉아있었다. 뭘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단순히 그냥.

안되겠다 싶어 전화상담을 돈내고 받았다. 뭐, 특별한건 없었다. 그냥 내가 책에서 읽은 무수히 많은 글들을 그대로 읊어주는 느낌이었으니. 

나는 부정적이었고, 존재에 대해 무가치하게 느꼈으며 회의적인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변함은 없다.

단단히 잘못된 생각인걸 아는데도, 긍정적으로 사고를 바꾸기가 힘들다. 큰애가 얼른 집으로 왔으면 했다.

오자마자 한 소리는 공부 하지마. 라는 소리였다. 그거 말하려고 여태까지 4시간을 넘게 한자리에 앉아있었나 싶을정도로. 

큰애는 어이없어하며 또 시작되었군, 하는 얼굴로 나를 쓱 바라보곤 냉장고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는다. 뭐, 늘 있는일이다. 나의 기분이 늘 바닥을 칠때 하는 말이라곤 공부하지말라는 말뿐이니.


문제야 문제. 아주 지겨운 문제다. 반복되는 우울감이 찾아올때마다 모든게 다 문제들 뿐이다.

아니면 호르몬적인 영향일수도 있다. 월경주기가 다가와서 기분이 왔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걸지도 모르고. 

그만둬. 학원도 그만두고 공부도 그만때려쳐.

괜히 애한테 심술피운다.

또 왜그러냐는 얼굴로 한숨을 푹 쉬며 이제 코코팜을 마시는 내 아들이 답답한지 딱지를 접어서 내려친다.

산책이라도 했었어야 했나. 나는 아주 약간 후회를 한다.

이런 내 기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다.

생각이 너무 많은것도 문제인것 같다.

모든게 다 문제투성이군.


선생님을 찾아갔어야 했나.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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