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강아지 쓰다듬듯이 하자.
작고 어린 강아지일수록 우리의 손길은 더욱더 조심스러워진다.
내 감정도 그렇게 작고 어린 강아지를 만지듯이 만져줘야 한다.
마음이 예뻐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해서도 아닌 그냥 나 자신을 위해서.
누가 뭐래도 나는 존재하고 있고,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만지듯이 나를 매만져주면, 나는 숨 쉬고 있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때로 내버려 둔 나의 부족함과,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 주자.
어떤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닌 감정들. 그냥 내가 내버려 두고 방치해 둔 나.
어쩌면 울 수 있었는지도 모르고, 화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모든 것들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다.
감정에 지고 싶지 않았다. 무가치하고 존재하고 싶지 않은 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가치 있고 싶었고, 존재하고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나 여기 있어. 나도 느끼고 있다고. 하면서.
우울이 한없이 덮쳐올 때면 나는 무력하게 넋을 놓고 있었다. 그 무기력함이 날 도대체도 어쩌질 못했다.
하룻밤 자고 나니 낫다. 또 하룻밤 자고 나면 오늘보다야 내일이 낫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버틴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의사를 붙잡고 어떻게 좀 해달라고 사정을 하고 싶지만.
나도 미치겠는 내 감정을 타인이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어리석은 짓 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강아지를 매만진다. 강아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나는 똑같이 나에게 하기로 한다. 나를 안고, 나를 쓰다듬어주고, 나를 매만져주기로.
그러면 어쩌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정말로 단 1프로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기꺼이 모든 것을 하겠다.
감정에 지지 않기를.
지배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