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Jun 01. 2023

나도 재량휴업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리차를 팔팔 끓이고 나서 달력을 보니 6월 5일 학교 재량 휴업일이라고 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재량휴업이구나. 우리 아들 좋겠네 싶었다. 아, 나도 재량휴업이라는게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아니 거의 폐업이나 마찬가지인가..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폐업과 다를 게 없군. 강아지를 안으며 생각한다. 휴업도 아니고 폐업 수준이다.. 집이 폭탄 맞은 건지, 내가 폭탄을 터뜨린 건지.. 


요즘 정신이 살짝 나가있는 동안 내 아들은 나를 알고 있었는지 공부 안 했는데 했다고 체크하고, 문제집도 대충 풀었다. 그동안 밀린걸 한꺼번에 채점하려니 문제집이 거의 절반이나 된다. 이렇게나 많이 내가 안 했구나. 정말 정신 못 차리긴 했구나 싶어서 답지를 보고 채점을 하는데도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자고 하려니 엄두도 안 나고, 이미 다 푼 문제집이니 그냥 넘어가야겠다. 별것 아닌데도 틀린 문제가 있고, 풀이는 없는데 정답은 맞은 경우도 있다. 하여튼 참 희한하게도 푼다니까. 과정은 없는데 답이 맞는 희한한 풍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분명히 머리를 쓴 것 같긴 한데, 그 조그만 머릿속으로 어떻게 풀었는지가 의문이다.


아, 그나저나 씻기도 해야 하고 이따 오후에 커피 약속도 있고, 집도 치워야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할 일은 태산인데 뜨끈뜨끈한 강아지를 안고만 집안을 빙 둘러본다. 물이라도 끓인 게 어디야. 잘했어 잘했어.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잘했다 우쭈쭈 해준다. 물론 할 일이 여전히 많지만 하나씩 해나가면 되겠지 싶은 거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벌써 6월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네.. 진짜 시간이 금방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안다. 그리고 모른척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