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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4. 2023

말들은 말들 속에서 나오고, 글들은 글 속에서 나온다.


어떤 걸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잘 모른다. 다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것 정도쯤.. 그거 하나쯤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안다. 그렇다면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잘 흘려보냈는가? 생각해 보면 모든 말들을 그리 흘려보내지 않았기에 한동안은 시기심에, 질투심에, 배타적인 생각에 힘들었다. 

각종 못된 말들이 머릿속에 누가 흩뿌려 놓은 것 같았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에 진심을 더했고, 농담으로 건넨말에 진담을 더했다. 그랬으니 멀쩡할리가 없었다.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터였고, 그 마음이 제대로 정상적으로 돌아올지도 의문이었다. 동그라미였던 마음이 네모가 되더니, 세모로 작아진다. 그리고 그 세모가 고슴도치처럼 여기저기 삐죽삐죽 송곳처럼 생겨난다. 나는, 그 삐죽하고 기다란 모양을 만질 새도 없이 마음을 찔러대는 모양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말이 말속에서 나왔고, 글은 글 속에서 나왔다.


모난돌은 태생부터가 모난돌이었을까, 환경이 모나게 만들었을까 누가 더 먼저일까 고민할수록 결국은 모난돌이었다. 이미 모난돌을 다시 깎을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해 본다. 누가 너는 잘하고 있다고, 너는 예쁘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불신이 한번 지배해 버린 마음은 도무지 친절한 마음의 말들을 곧이곧대로 듣질 않는다.

그건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짚어야 할까. 근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 짚어내면 뭘 하려고. 나는 나뭇가지 하나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게임 속의 주인공 같다. 레벨도 낮고, 적을 제대로 조준조차 못한 채로 휘두르기만 한다. 그러다 부러져버리면, 나는 그대로 속수무책 없이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직 초보 레벨 1과 같다고 해야 할까. 미션을 잘 수행하면 레벨 2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냥 휘두르니 1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바보. 주어진 퀘스트 하나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서 무슨 게임을 하겠다고.. 그러면서 인생은 또 살겠다고 버둥거린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살아보겠다고 말이다.




어릴 때부터 기질적으로 예민했고, 까다로웠던 아이는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렇게 되기 싫어서 변하려고 노력했는데 태생이 그런 건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굳어진 건지. 나는 지금도 까다롭고, 질투심 많고,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만 아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인가 보다. 그런 취급을 받는 내가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말해도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 왜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설득을 하고 있는 걸까. 인정받고 싶어서? 내가 그래도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면 네가 본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뭐, 그게 어떤 것이든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할까. 그건... 그건 이제 중요한 게 아니다.




방황을 끝내고 돌아오니 큰 아이가 달려와서 말없이 안아준다. 왜 그래? 아빠가 뭐라고 했어? 졸고 있던 남편이 왔느냐며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나를 본다.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드는 아이는 그냥이라고 말했다. 내가 어디라도 멀리 갈 줄 알았나 보다. 잠깐 서점에 다녀오며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가지고 들어오느라 좀 늦었었다. 커피를 건네고 안아달라 말했다. 일어나서 나를 바라보던 남편이 커피를 쥔 채로 천천히 안아준다. 

마음이, 모난 돌이 조금은 동글동글하게 되는 것도 같다.

상처받은 자신을 허락하지 않을 것. 내가 가장 편안한 시간 속에서 가장 편안한 몸으로 편안한 자세를 하고 쉴 것. 상처를 받은 것을 스스로 말할 것. 나는 그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것.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을 확인할 것. 

내 아이가 돌아온 나를 안아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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