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옷을 팔았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각각 보내고 남편은 출장을 갔다. 큰아이의 영어리딩책이 끝났다. 무슨 리딩책을 사야 하나 고민이다. 서점에 다녀와야 한다. 책은 본래 직접 보고 사는 게 맞는 거니까.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오려나 핸드폰을 보니 비 온다는 소식은 없다. 소강상태인가 보다. 며칠 쉬었던 다이어트 환을 먹는다. 빠지긴 하는 건가 의문이 밀려온다. 나는 요즘 딸기 바나나킥에 빠졌다. 한 박스를 사놓고 먹는다. 이런데 어떻게 살이 빠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 그리고 딸기 요구르트링에도 빠졌다. 그놈의 딸기 딸기. 왜 이렇게 딸기에 관련된 건 다 맛있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귀여운 소품샵에 잠깐 들러서 큰아이 장우산을 하나 사고, 둘째 아이 친구생일선물을 샀다. 여자애들꺼는 왜 이렇게 귀여운 게 많은지. 보면서 소소하게 기분 좋은 마음을 느꼈다. 정말이지 귀여운 건, 사람을 너무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런 중요한 질문은 선생님한테 가서 하라고 했다(사실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큰아이는 의문을 품은 채 학교에 갔다. 어제는 두꺼운 책을 빌려와서 얼른 내일 반납하라고 했다. 무슨 기후의변화?에 관한 어른이 읽는 책을 빌려와서는 읽었다며 우기는데, 난 나름 진지하게 말해줬다. 얼른 가서 내일 반납하도록 하라고, 이건 읽다가 지루해서 못 읽을 거라고 했다. 아이는 순순히 동의했다.
목요일은 병원 예약이 있지만, 못 갈까 봐 미리 다녀왔다. 요즘은 샤워도 하고, 집안일도 좀 한다는 말에 선생님이 놀란 표정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고 했다. 난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지금 이 상태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고도 했다.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가 괜찮다고 의심하지 않으며 말했다. 요즘은 항불안제도 먹지 않는다. 불안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은 어디서부터 오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안해했을까. 지나고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흐르고, 결국은 지나갔다. 불안한 마음도, 초조했던 긴장들도, 모두 지나갔다 그렇게.
둘째 아이 생일에 남편이 사 온 장미꽃이 화병에서 아직 생생히 살아있다. 나는 오늘 물을 갈아주고, 밑동을 조금 잘라주었다. 오랜만에 꽃을 만지는 느낌이 좋았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장미. 그래서 꽃의 여왕인 걸까. 겹겹이 둘러쌓고 있는 장미잎들이 싱그럽다. 마음이 초조하지 않으니 장미를 보는 나의 눈도 편안하다.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