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한 가게의 밀크티를 좋아하는 나는 오매불망 그 가게가 열기만을 기다린다. 요즘 사장님이 바쁜지 배달 어플에도 잘 안 열리는 가게인데, 나는 늘상 수시로 확인한다. 열렸을까? 에잉, 안 열렸네. 열렸나? 에잇, 안 열렸네. 나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 카페의 밀크티는 티 맛이 진하지 않고, 달달하다. 그래서 기분이 꿀꿀할때 이 밀크티를 먹으면 끝내주게 괜찮아진다(내 사촌동생은 너무 달다고 했다) 기분을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이 가게가 열 때까지 나는 열심히 기다릴 것이다. 다른 곳을 몇 차례나 시도해봤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카페의 밀크티는, 차의 향이 강하게 나는 편이었다. 나는 고급진 입맛이 아니라 그런지, 그 차의 향이 가끔 거부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밀크티는 원래 그런 맛으로 먹는 건데. 뭐 원래 그런 맛이 어딨어. 내 입맛에 맞으면 그게 맞는 밀크티지 뭐. 나는 생각하며 배달 어플에 오픈되지 않은 가게가 아쉽다.
[1일 1개 버리기]라는 책을 읽고 꽂혀서 열심히도 비워낸다. 정리 정돈을 잘 못하는 터라, 솎아서 비워내는걸 열심히 해보는 중이다. 웬만한 건 다 드림으로 돌려서 필요한 사람에게 전한다. 판매도 올려봤지만, 중고상품을 판매하는 게 새 상품 판매보다 더 어려운 법이라, 그냥 드림으로 돌려버린다. 왠지 버리지 않았다는 뿌듯함과 새 주인을 찾아갔다는 안도감이 나에게는 더 큰 마음이라 바라지 않고 주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요즘은 비대면 시대라 우리 집까지 받을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주소를 알려주는 행위는 귀찮지만, 그만큼 내 몸이 편하니 어쩔 수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비움을 얻고, 주소지를 오픈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함부로 다른 가족의 물건을 건들지는 않는다. 며칠 전 사이즈가 작아졌다는 이유로 남편의 셔츠를 마음대로 버렸다가 엄청나게 혼이 났기 때문이다. 입을 걸 왜 버리냐면서, 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둥, 그런 류의 말을 들으니 미안한 건 둘째치고 아니 그럼 살을 빼든가! 하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 그 이후로 가족의 물건은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 아이들것도 하나하나 물어보고 버린다. 그래서, 아이들 방은 손도 대지 않았다. 엄두도 안 나서. 물론 정리서의 쓰여 있는 말들 중에 하나는 가족의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말들이 일괄적으로 쓰여있다. 나는 그걸 망각했다가 남편이랑 크게 싸움이 날 뻔했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신나게 정리하고 밀크티를 시켜 먹을 셈이었는데, 아쉬워서 핸드폰만 매만진다. 오늘도 열지 않았네. 어쩔 수 없이 컵에 얼음을 잔뜩 담아 물을 넣고 커피를 내린다. 정리할 건 산더미지만, 오늘은 딱 이만큼만 하기로 한다. 세 번이나 드림해야 하고, 분리배출 스티커도 붙여서 두 개나 낑낑거리면서 버리고 왔단 말이다. 할 만큼 했어. 최선을 다했어. 그리 생각하며 오늘의 정리를 끝낸다. 다시 옷장을 열면 또 산더미 같은 옷짐에 파묻힐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열지 않기로 한다. 그만하면 됐어.라고 나를 다독이며.
미니멀 라이프는 왠지 제대로 물 건너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소비욕구가 꿈틀꿈틀 올라오는걸 가까스로 막아낸다. 요즘 내 최대의 소비는 밀크티 맛집을 찾기 위한 배달 어플의 결제다. 최소요금이 너무 올라서 밀크티 처음 먹는 집에서 배달비를 왕창주고 세 개나 시켜본 적도 있는데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남편이 알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눈치인지라 나는 나의 카드로 아무도 모르게 결제해버린다. 이 정도 되면 맛집을 찾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 집이 아니면 안 되나 보다. 뭔가로 대체하기엔, 딱 입에 적절히 맞는 농도의 달달함이다. 그 정도를 찾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쉬움을 커피로 달래 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아쉽다가 이젠 의문이 든다. 사장님이 카페를 접으려 하는 건가? 무슨 일이 있나? 어디 아픈가?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아줌마인가 보다. 이렇게 의문이 똬리를 틀고 잡고 있는 걸 보면. 남의 일에 관심도 많지. 요즘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게 대세인데, 나는 이리도 참견하고 싶어 진다. 좋아하는 걸 알고, 애정 하면 관심이 저절로 그냥 간다. 부디 사장님이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늘 매일 어플을 열어본다.
오픈하자마자 오픈런으로 내가 제일 먼저 시켜먹고 리뷰도 정성껏 달아줘야지.라고 생각하며.
아! 그러고 보니,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지만.
최근에 브런치 북으로 글들을 엮었다. 처음 엮어보는 글이라 그냥 순서대로 쓴 글들을 엮었다(엮었다고 하기엔 그냥 거의 붙여 넣기나 한 수준이다) 라이킷이 많은 글도 아니지만, 리포트를 얼떨결에 보게 되었는데 주요 독자가 20대 남성인 게 아닌가? 아니 20대 남성들이 대체 이 아줌마의 글을 무슨 재미로 본단말인가. 나는 유심히 살펴보며 당황스러웠다. 30대도 아니고, 20대라니. 글의 세계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리포트는 리포트일 뿐, 봐주는 것에 감사하자. 생각하며 그 창을 껐지만, 내내 의문 가득이었다.
그렇지만 내 글을 북으로 엮은 게 더 의문일 수도 있겠군. 하며 생각이 든 것도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