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 둘 다 기침이 심해서,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은 사람이 늘 많기 때문에 오픈하기 전에 가서 대기를 걸어둔다. 그래야, 한시라도 좀 더 일찍 진료를 볼 수 있다. 큰아이는 혹시나 학교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책가방도 가져갔다. 기침이 좀 있네요. 오늘은 쉬는 게 낫겠어요. 두 얼굴엔 다른 표정이 드러난다. 큰아이는 신났다는 표정이고,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학교에 못 갈 정도로 심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이 큰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 같았다. 둘째 아이야 유치원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생각인 듯한데, 큰아이는 정말 좋았나 보다. 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콜록콜록, 엄마 나 진짜 아파. 하면서 저 가벼운 몸놀림은 뭐람. 나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휴- 내뱉고 같이 걸어왔다. 속이 탔는지, 오자마자 얼음은 잔뜩 넣고 커피부터 내렸다. 아작아작, 목안으로 넘어가는 얼음이 시원하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잠시 가진다. 오늘 하루 종일 셋이 지지고 볶고 해야 하니,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의 감정을 최대한 덜 상하게 하기 위해선 일단은 자신이 원하는걸 먼저 해야 한다. 가령, 나는 글쓰기 시간이 필요하니 글을 써야 한다거나, 큰아이는 학교를 안 갔으니, 하기 싫은 공부를 하기 위해 잔뜩 일단 게임을 해둔다. 둘째는, 유치원에 못 갔으니 게임을 하기도 하고 블록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시간을 적당히 보내고 나서 같이 움직인다. 강아지 산책을 나간다거나, 슈퍼에 가서 반찬거리를 같이 사 온다거나 하는..(첫째 아이는 집돌이 성향이 강해 나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둘째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은 다 컸다고 나를 부러워 하지만, 나는 또 그만큼 그대로 손이 간다고, 어리나 크나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게 그거인 것 같다. 크면 좀 더 수월할 줄 알았는데,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고 손이 덜 가는 건 아니었다. 그냥 말이 좀 더 통하는가, 말을 좀 듣는 척이라도 하냐의 차이인 듯하다(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오늘 나도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인데, 아무래도 한번 더 미뤄야 할 것 같다. 애 둘을 데리고 가려니 막상 엄두가 안 나서 그렇다. 오늘은 셋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나는 고민이다. 사는 건, 정말 고민의 선에서 생을 이어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것도 고민이라니.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뭐 할 게 있나.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눈으로 바라본다. 둘 다 게임을 즐겁게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흠, 아직까진 괜찮군.
곧 있으면 이제 끄라며 잔소리할 내가 그려진다. 그냥 둬야 하나, 나도 심신이 피곤한데. 잠깐의 갈등이 일어난다. 과연 관대한 엄마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엄중한 엄마로 있을 것인가. 적당히 타협을 해야 한다. 신나게 게임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어 진다.
콜록콜록. 아이 둘의 기침소리가 번갈아 내뱉어진다. 좀 관대한 엄마가 되야겠네. 기침소리에 마음이 약해지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들으면 정말로 마음이 약해지니까. 오늘은 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둬야겠다. 그렇게 결정하니 마음이 좀 나아진다. 이제 점심메뉴를 뭘 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이럴 수가. 고민이 끝나질 않다니! 머리를 쥐어 싸매며 으아-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걸 참는다. 어렵다. 어려워 정말.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 둘이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나 역시 내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글도 쓰고, 집안도 아직은 그렇게 너저분하지 않다. 나 역시, 좀 괜찮다. 이렇게 있으니.
생각해보건대 확실히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 너저분하게 있으면, 나도 같이 늘어지는 느낌인데,
일단 내가 있는 환경을 좀 정리를 하면, 쉬어도 마음이 편안하다. 이래서 다들 호캉스 호캉스 하는 건가, 호텔은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큰아이는 좀 커서 더 늘어놓지 않는데, 작은 아이는 아직 어린 터라 블록 정리가 필요하다. 오늘은 웬일로 블록을 쏟아 놓고 놀질 않는다. 웬일이지, 싶다. 근데 아직 아침이니 두고 봐야 한다. 언제 쏟아버릴지 모르는 저 블록들. 몰래몰래 갖다 버리고 싶은걸 꾸역꾸역 참아낸다. 내가 싫다고, 남의 것을 함부로 할 순 없으니 말이다.
일단,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오고 뒷정리를 좀 한 다음 어제 사온 토마토로 주스를 만들고, 둘째 아이를 재워야겠다. 과연 둘째는 잠을 잘 수 있을까. 좀 쉬어야 하는데, 그래야 빨리 나아서 또 유치원 보내야 하는데. 나는 약간 초조한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주 월요일엔 보낼 수 있겠지. 그러려면 쉬어야 하는데, 하며 기대감을 안고 초조하다. 그렇다. 나는 둘 다 다음 주에도 기관에 가지 못할까 봐 불안한 거다(나는, 정말 이 문장을 쓰며 솔직하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아. 얼른 나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