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것은 없다

by 김태연


맞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나는 무릎을 탁 치며 방금 깨우쳤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둘째를 데리러 갈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일단은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카페 안에 울리는 재즈와 사람들의 이야깃소리가 청량했다. 집에서 안 읽히던 책 구절이 눈에 훅 들어왔다. 이토록 집중이 잘되다니, 그래서 다들 카페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건가.


책을 읽으며 흑백논리로만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 흑과 백 그 사이의 어딘가에 당연히 회색지대든, 혹은 무수히 다른 색깔로든 존재는 할 것이다. 나를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듯이, 절대적인 건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었을 뿐,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래야 해. 딸은 이래야 해. 아내는 이래야 해. 그러나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고, 불분명한 경계에 서있는 그냥 한 여자에 불과하다. 내 세계에는 많은 색이 다양하게 겹쳐있기도 하고 분리되어 있기도 했다. 그것은, 곧 나였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왜 모든 것이 꼭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랬다가도 저럴 수도 있는 거고 마음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왜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도 그럴 수 있으니, 너도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으면 좀 더 쉬웠을 텐데. 조금 더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관망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밖에는 해가 뜨겁다. 무수히 쏟아지는 햇빛이 무서울 정도다. 이 한여름에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슬러쉬 음료를 마시며 골똘히 생각해본다. 많은 것은, 많은 색을 만들어 낼 것임을. 나의 아이가 많은 색을 담고 자라나기를. 나처럼 흑백의 사고가 아닌 형형색색 색깔의 사고를 하기를.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뒷좌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도 부르던 내 아이가 생각났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노래를 불러가며 색종이로 개구리를 접고 있었다. 학원에 가던 내 아이가 다채로워서 운전대를 잡은 내가 웃었다. 그 노래를 이렇게 열심히 부를 수도 있구나. 나라는 여자는 이렇게 또 아이가 새삼스러워진다.

큰 아이를 내려주고 작은아이를 데리러가는 내내 개굴개굴 개구리. 신난 목소리의 노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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