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랑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비가 오니 몸이 쑤신다. 너무 쑤셔서 몸살이라도 난 줄 알았다. 이렇게 몸이 아플 수 있다니. 나는, 그런 몸을 이끌고, 동네 서점을 다녀왔다. 어제 보다 만 책들이 자꾸 생각났다.
다시 가서 보니 그 책이 내가 원한 책이 아니라서 엄한 다른 책들을 들춰보았다. 요즘엔 가벼운 책이 좋다. 그러니까, 얇은 시집 같은 책 말이다(시는 별로 안 읽지만) 기본 두께의 책도 요즘은 보기 별로다. 가볍고 얇은 책이 좋다. 들고 다니기도 간편하고, 읽는데도 금방금방 읽혀서 읽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
물론 난 이걸 다 읽는다고 책 전부를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냥 재미있고, 구미가 당기면 읽는 거고, 금세 잊어버린다. 이래서 다들 필사를 하는 건가, 나도 시도해 봤지만, 필사도 어렵다. 책을 그대로 베껴서 쓰기만 하는 건데도, 그것조차 귀찮아서 몇 번 쓰다가 그만두었다. 확실히 나란 여자는 뭔가를 할 때 오래 하질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필사를 하면서도 웃겼기 때문에.
명언도 쓰다 보면 따분해지기 마련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쓰는 나 자신이 가끔 한심할 때도 있었다.
물론 좋은 명언들이 많았지만, 뭐가 와닿아야 명언이지. 바로 그 생각이 들자마자 필사하는 걸 그만두었다.
책 좀 읽어보겠다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좀이 쑤시기도 했고, 누워서 읽으면 졸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한테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 덕에 지금 아직까지도 책이 질리진 않은 것 같다. 서점에 가긴 가는 걸 보면.
몸이 아프니, 부정적인 기운만 가득하다. 비가 오는 것도 지치고, 소금빵도 사러 가고 싶은데 괜히 나갔다가 짜증만 더 늘까 봐 오늘은 집에 있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이미 오전에 서점에 다녀온 뒤 지쳐있는 나는, 피로감에 절어있다. 정말 말 그래도 내가 피로에 푹 절여진 느낌이다.
이게 다 어제의 영혼을 불사른 떡볶이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어제 유난히 더웠는데 괜히 장 본다고 나갔나 싶기도 하고. 그래 맞다! 어제 다이소에 가서 그 이불장에 걸 수 있는 제습제가 꽤 무거웠는데 그걸 5개나 사 왔더랬지. 안 그래도 엄청 더웠는데, 그 더위에 걸어가서 사 왔더랬다. 다른 것도 꾸역꾸역 집어넣느라 에코백이 빵빵해진 걸 계산하고 나서야 알았다. 욕심을 덜었어야 했는데, 빵빵해진 에코백에 내 욕심을 집어넣느라 그 더운 여름 낮에 내 몸이 고생했다. 아플 만도 하지. 에휴.
이게 뭐람. 물건 사고 와서 되려 약값이 더 나가게 생겼으니. 나는 집에 있는 타이레놀 한 알을 먹으며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구매한 얇은 책을 보았다. 초록색 표지가 마음에 든다. 얇은 것도 마음에 든다. 곧 있으면 큰아이가 올 텐데 한 페이지라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다가, 4교시만 하고 올 큰아이 생각이 난다. 아아, 집중 안되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뭐, 괜찮다. 나는 지금 무지 피곤하고, 귀찮으니 책 같은 건 내일 읽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