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아토피

by 김태연

상처가 많은 내 다리를 매만지며 어쩌다 이지경이 됐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애증의 아토피. 그건 사람이 어디까지 긁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 긁으면 긁을수록 덧대어지는 상처의 깊이 속에서는 피가 맺힌다. 결국 피를 봐야만 속이 시원한가. 나는 딱지가 된 상처들을 만져본다. 촉감이 거칠거칠하다.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관리하는 것만큼 귀찮고 성가신 일이 또 있을까.


나는 나의 몸에 대해 잘 알면서도 항상 내버려 두는 내 몸을 유지한다. 정말 그냥 내버려 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사소한 관리가 큰 가려움증을 막을걸 알면서도 말이다. 귀찮음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뜻이겠지. 마치 매년 다이어리를 사서 올해는 기필코 쓰리라 다짐하다가 결국 1월만 쓰고 마는. 그런 종류의 것과 비슷하다. 물론 난 1월도 다 쓰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이어리를 매년 구매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쓰지 못할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습한 날씨임을 발바닥으로부터 팔 끝까지 느낀다. 바닥에 닿는 내 발이 끈끈하다. 습하네. 이런 날은 아토피가 극성을 부린다. 마치 패악을 부리는 몸이랄까. 로션을 발라도 몸이 짜증, 약을 발라도 몸이 짜증을 낸다.

몸이 심통이 제대로 나는 날이다. 짜증 부리는 몸을 달래려면, 샤워도 해야 하고 독한 피부과 약도 발라줘야 한다. 그래야 좀 잠잠해진다. 몸이 심술나버렸네.

나는 가려움을 느끼며 상상한다. 심술 난 나의 몸이 말하는 것을. 이것도 싫어. 저것도 싫어.

빨리 나 좀 어떻게 해봐!라고 말하는 나의 몸을 말이다.


몸 돌보기는 결국 마음 돌보기와 비슷해서 자꾸 어루만져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그래야 돋아나는 화를 가라앉게 할 수 있다. 그게 간지러움이든, 상처든 말이다. 자꾸 어루만져주고 달래줘야 몸도 누그러진다. 알면서도 안 하는 내가 한심하다. 한심한건 그렇다 쳐도 가려운 건 정말 못 참겠다.

한심한 나와 뿔이 잔뜩 난 내 몸. 누가 더 중요한 걸까, 아니다. 한심한 내가 몸을 돌보면 된다. 그게 정답인데, 말이 쉽지 뭔가를 자꾸 돌보는 일은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그게 내 몸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돌봐야지.라고 생각하며 피부과 연고부터 찾아본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구만. 연고를 찾는 내 손길이 바쁘다. 새 연고를 꺼내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발라줘야 한다. 부지런해야 덜 가렵다. 알고 있다. 몸도 부지런하게 돌봐야 아토피도 점점 수그러진다는 것을. 약부터 발라야 하나. 로션부터 발라야 하나.

이 와중에 양자택일도 해야 한다. 몸 하나 관리하는 것도 과정이라는 게 있다니. 생각만 해도 피곤해진다. 그렇게까지 관리를 잘했으면 이지경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후회는 안 하지만,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좀 번거롭다.


아침은 뭘 차린담. 엄마들의 공통 문젯거리. 미라클 모닝은 무슨. 강제 기상도 요즘은 힘들다. 새벽에 내가 일어나면 더 일찍 일어나는 애들 때문에 아침 습관을 가지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무산된 지 오래다. 그냥 일단 일어나는 것에 감사해야지. 더 바라면 욕심이 될지도 모르니.

물론 나도 네시 반에 깨긴 깼었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다시 잠든 게 문제였지. 아마 깨있었으면 뭔가 하지 않고 멍 때렸을지도. 어차피 책을 읽어도 눈에 안 들어오니 말이다.


아아, 그나저나 샤워하고 약을 바를 생각을 하니 세상 귀찮다. 세상 귀찮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아토피야.

애증은 애정과 증오라는데, 애정은 별로 없는 아토피. 내게 얄짤없는 늘 성난 아토피.


오전에 일어나서 쓰면 건전한 생각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푸념만 가득이다. 오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분이 상쾌하진 않은가 보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이다! 아마도 월요일이라 더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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