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은 중요하다

by 김태연



카카오 82%라고 쓰여있는 초콜릿 세 알을 입안에 넣으며 소금빵을 기다린다. 사러 가기 귀찮아진 내가 결국엔 배달에 지고 말았다. 다행인 건 배달비는 무료이고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좀 이따 소금빵이 오니 기다리라며 일러주었다. 아이들은 알겠다고 하며 금세 소금빵을 잊은 듯이 논다. 내 입속의 초콜릿이 달다 못해 쓰다. 커피보다 더 쓴 느낌이다.



비가 쏟아지더니 그새 그쳤다. 하늘은 아직도 비안개로 가득하다. 비는 다시 곧 쏟아질 것처럼 언제나 준비하고 있는 자세를 유지 중이다. 나는 퍼붓듯 쏟아지던 비를 보며 이게 호우경보인가. 핸드폰 속 날씨 화면에 떠있던 빨간 글자를 상기한다. 호우경보.

찔끔씩 오던 비가 오늘부터는 작정이라도 했는지 한번 쏟아질 때마다 옷이 다 젖을 만큼 내린다. 게다가 천둥까지 쳤다. 무섭지 않느냐는 나의 말에 아이들은 하나도 안 무서운데?라고 했다. 무서운 건 나뿐이었나보다. 갑자기 정전이 될까 봐. 어디선가 하수관 같은 게 터질까 봐. 갑자기 물이 흙물로 변할까 봐. 이런 별의별 걱정들을 한다. 그것도 빵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나의 일상은 주로 집에서 이루어진다. 글도 집에서 쓰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정 거리 이상을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주된 쓰기의 소재거리는 집안일, 내가 집에서 느끼는 감정들, 그날의 날씨, 등등이다.

한결같은 소재가 참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내게는 이게 일이니 일하는 나의 모습을 쓰기 위해선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직장인이면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를 이룰 수도 있을 테지.

다만 조금 부러운 건 나와는 좀 더 다른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느끼는 감정들을 세세하게 적을 수 있다는 점?


나는 집에 있으니 타인과의 접촉이 많이 있지는 않은 상태라(게다가 방학이라 더 집에만 있다) 그렇게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적을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끔 그것들은 아쉬움으로 종종 남는다.


9년 남짓 가정주부로 살아오면서 내가 한 거라곤 뭐가 있을까, 돌아보면 그건 꼭 신기루처럼 없어지는것들이다. 아이를 키웠지만, 내가 아이를 키운 게 맞는 건지. 아이가 그냥 저절로 큰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뭐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느낄 수 없는 사실처럼. 내가 증명하고 싶어도 증명할 수 없는 형태인 것처럼.




딱히 쓸 내용은 없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내게는 일상이다. 특별할 수 있는 일상들은 많지 않지만, 나는 최대한 나에 대한 일상들을 써 내려간다. 이런 것들을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던가.


처음부터 가정주부로 태어난 게 아니고, 엄마로서의 자격이 충분하지도 않았었기에 무던한 노력이 필요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를 스스로 만들어야 존재의 이유가 확실하다. 마치 그건 평화로운 오리가 강가에서 수면 아래로 열심히 발을 휘젓듯이. 겉으로 보이는 건 없어도 뭔가를 하고 있긴 했어야 했다.


그래서 증명해냈느냐고? 아니다.

아직도 나는 열심히 노력 중이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지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하는 모든 집안일들이 그리 쓸모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기 위해 나는 나를 설득시켜야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엉망진창으로 지금까지 살았을지도.


언제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건 곧 태도로 보이게 되니까.

이걸 깨달은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게 함정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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