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 밝아온다

by 김태연






기어코 해가 뜨는 걸 보고 만다. 그것도 두 애들과 함께. 아아, 이게 바로 낭만이라는 것인가. 내 안엔 새벽부터 화가 솟구친다. 너희들은 잠이 없는 거니 내가 잠이 없는 거니. 원망해도 돌아오는 건 아이들의 말똥말똥한 눈동자들이다. 심지어 큰애는 5시도 안 됐는데 깼다. 내가 네시 반에 깼고 나오는 큰애와 마주쳤을 때가 내가 일어난 시간과 일치했다. 6시도 안 된 시각이라 다시 들어가라 했다. 다시 자야 해 6시도 안 됐어. 잠이 안 오는지 다시 나온 큰애는 나를 쳐다본다. 강아지도 네시부터 난리다. 그리고 둘째가 일어났다. 왜 이래 오늘 다 왜 이래.


남편은 새벽 6시도 안돼서 회사 갔다가 교육가야 한다고 나갔다. 그리고 나는 해가 뜨는걸 지금 창밖으로 보고 있다. 내 아이들은 티비를 켜고 말없이 화면만 나오는 만화를 보고 있다. 이렇게 일찍도 일어난 아이들을 말없이 원망하며 나는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다. 운다고 달라지는 게 없기때문인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걸 지도?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터라 사색도 즐기고 독서도 하고 싶었건만, 엄마 나 뭐해?라는 물음이 산통을 깬다. 몰라 나도.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내 목소리에는 꾹꾹 눌러 담은 화가 잔뜩 묻어나 있다. 내 시간을 뺏긴 것 같아 억울하다. 말은 못 하고 이렇게 있는 나도 속상하다. 바보같이 말도 못 할 거면서 원망은 왜 하고 있나. 애들이 무슨 죄인가. 마음을 고쳐먹으며 잔뜩 젖어있는 밖을 바라본다. 폭우에 젖은 수도권. 어제도 특보가 내렸었지. 서울 사람들은 어쩐담. 물이 차고 넘치던 뉴스 안의 서울을 생각하며, 습한 기운이 안까지 느껴지는 오늘의 아침을 느낀다. 벌써 아침이네. 새벽이 아까였는데 화만 잔뜩 부리다가 아침이 왔네. 정말로, 억울하다.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큰아들 축구도 못 보냈는데, 오늘은 보강인데 어쩐담. 오늘도 많이 온다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보냈다가 오는 길에 쫄딱 젖으면 어쩌지. 축구 안보내면 오늘은 뭘 해야 하지. 내일이 둘째 개학일인데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고 보내야 하나. 비가 너무 안 와도 문제. 너무 안 와서 제발 좀 내려라 하니까 진짜 많이도 온다. 이제는 많이 와서 문제. 코로나가 급격히 또 많아져서 문제. 돈이 부족한 통장 잔고를 보며 문제. 한숨을 폭 쉬며 오전부터 문제를 향한 생각으로 시간을 다 소진시켜버릴 것 같다.


남들도 이렇게 사나.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면서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시선은 왜 이렇게 부정적인지. 당장 오늘을 사는 것도 아직 시작 안 했는데 말이다. 이 고질적인 성격이 문제인가. 졸린 눈을 끔뻑여가며 생각에 잠기는 내가 싫다. 아아. 그새 졸리네. 오늘 조금 일찍 일어났다고 그새 졸려오네. 금방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샤워도 하고 싶고, 잠도 자고 싶고, 누가 해주는 밥도 먹고 싶다. 굴러다니는 장난감들과 멍 때리며 티비를 보고 있는 두 아들을 보며 조용히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해가 떠오른다. 구름 속으로. 어디 있는지 모르는 동쪽의 해가. 밝아지는 아침과 점점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선명해져 온다. 비가 잠깐 멈췄구나. 쓰레기라도 버리러 다녀와야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이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부정적인 시선이 그득하다. 그래. 아마도 내 시간을 뺏긴 억울함이겠지. 어쩌겠어 애들이 일찍 일어난 건 누구의 잘못이 아닌걸. 그냥 오늘 남편처럼 일찍 출근했다고 생각해야지. 그래야 덜 억울하니까. 나는 모닝빵을 나눠먹으며 다시 사이좋은 엄마와 아들 사이가 된다. 빵이 뭐라고. 마음이 금세 누그러진다. 어떤 책에서 그랬는데, 빵 굽는 냄새는 사람의 기분을 너그럽게 만든다고.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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