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이 들 땐 내가 일어설 힘조차 없을 때고 그럼 주저앉게 된다.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내게 절망적일 땐 옆에 내가 막상 지켜야 할 상대를 지키지 못한다.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옆에서 안 좋은 모습만 보이느니, 없는 게 옆사람 기분이라도 망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짐이라고 느껴졌을 때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만 그저 별 일 없이 잘 살아야지 하고 애쓰는 동안 또 다른 우울감에 빠지고 있다는 걸 몰랐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조금만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내 마음의 상태를 말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게 잘 안되었다. 어느 날 내가 친구에게 하도 시집살이에 대한 하소연을 하자 다 듣고 나서 친구가 꺼낸 말.
“네가 매번 그렇게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그게 옆사람한테도 영향이 미치는 거 알아?”
그 이후로 되도록이면 투정을 안 하려고 입을 닫았다. 나 때문에 그 친구의 하루가 망치게 될까 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니 가족의 존재는 더욱 크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당장 나를 위로해주지 못해도 그래도 결국에 나를 생각해 주고, 어려움을 나눠 가지려고 하는 존재는 내 가족밖에 없다.
가족도 나와 맞지 않다고 늘 방황하며 살았던 본인이지만, 며칠 전 우연히 고모에게 나의 속사정을 털어놓게 되었다.
어릴 때 이후 왕래가 없어 서로의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가 이번 설에 만났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의 격려와 위로가 큰 힘이 되었다.
“정말 힘든 일 있을 때, 말하기 뭐 하면 문자라도 남겨. 고모는 항상 네 편이고 항상 네가 잘되길 바란다.”
정말 듣고 싶던 그 말을 들었다.
“항상 네 편이야.”
이혼에, 직업도 없고, 보금자리도 없는 나그네 같은 내가, 존재 자체로 짐이라고 생각했다.
옆에 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옆에서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었으면 한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의 태도 앞에 정말 그 사람은 마음을 열 테고 한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힘을 줄 수 있다.
이 세상이 너무 힘들고 외롭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말고 당장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왔으면 좋겠다.
혹시 그럴 돈이 없다면 답글을 남겨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