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
인도에 다시 온 지 열흘이 되었다.
비엔나에서 떠나온 날 나는 다시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떠났던 날처럼 또다시 세상을 부딪혀야 하는 전사모드로 나를 설정했다.
이번엔 마음이 좀 더 여유롭다. 오히려 더 먼 길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또 든다. 이런 마음이 들면 거의 확실하다. 일이 잘 풀릴 거란 게..
남의 나라에서 남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나를 내려놓고 맞추어 산 시간을 가만히 되돌아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와 맞지 않는 공간에 맞지 않는 사람과 살면서 나를 또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그런데 가만 보니 이거 하나의 패턴 같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잖아. 지난 내 결혼생활은 이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이라고 느꼈고 버텼고 탈출했지만 외로움을 못 견뎌 다시 희망을 건 새로운 삶에서 또다시 나를 잃은 채 살았다.
다른 나라에서 살려고 마음먹고 왔지만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생김새, 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피하게 되는 나의 부자연스러운 행동. 믿고 의지하려고 했던 사람에게서 당한 불친절함과 모욕과 배신. 단 한 번도 그곳이 나의 집이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내 생에 주어진 과제 같다. 불안정함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것.
이것도 힘든데 그동안 눈수술로 눈 한쪽을 잃었고, 맡겨둔 전세보증금도 사기를 당했다. 불운이래도 정말 이런 식이면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지 않나.
지옥 같던 결혼 생활은 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
여기 와서 며칠은 우울하면서도 점점 나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과는 정리를 할 거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요가 티처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다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영어 수업이라 반은 거의 날리며 이해하고 있다. 아무런 바람 없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과를 내지 않아도 되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증명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지내도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다친 허리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어서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눈도 최대한 관리하고 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일찍 잠들고 생각 많이 안 하려고 하고 있다. 별일 없이 그냥 지나고 있다. 특별한 감정의 변화도 없다. breath work 시간에 잠시 울긴 했지만 그것도 회복의 눈물이었다. 그동안 나를 잘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내 스스로에 대해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매번 내동댕이 치고 버티라고 벌을 준 나에게, 그걸 또 버틴 나에게 동시에 미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희한하게도 세상은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매번 던지고 또 나는 매번 같은 답으로 풀어나갔다. 곧 비슷한 상황이 나에게 또 주어질 텐데 이번에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다르게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