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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꽃

그림일기

by 장미


어떤 꽃들은 나무 옆구리에서도 핀다.

옆구리에서 피어도 고개 숙이지 않는다.

당당하다.


그 봄 그 배꽃도 그랬다.

죽어가던 배나무가 아직 살아있노라고

환하게 웃었다.




배꽃을 볼 때면 생각나는 시조가 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등장했던 이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

당시는 시조를 음미한다기보다

시험을 보기 위해 시조를 외우면서 내용도 그런가 보다 뀄던 기억이 있다.

어찌 됐든 옛사람 이조년은 여러 사람의 배꽃과 함께 오래오래 살아있다.

나는 어디에 오래오래 살아있을까.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李兆年, 1269년 ~ 13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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