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2월에 귀촌한 은퇴자로 붉은감자에 관심이 많아
붉은감자의 씨감자를 구입하고자 합니다. 구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초여름 올린 붉은감자 포스팅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나 보았다.
안사돈께서 붉은감자를 보내주신 데 대한 감사 마음을 적은 포스팅이었다.
그동안 들은풍월에 의하면 지금쯤 2021년 씨감자 신청이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대 입장이라면 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답을 보냈다.
저는 감자를 사 먹는 사람입니다.
거주 지역의 군이나 면, 농업기술센터 등에 문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씨감자는 주로 강원도 지역에서 보급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붉은감자 씨감자 구입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거주지 읍면이나 군으로 전화하면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감사하다고 다시 답이 왔다.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미안했음은 물론이다.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더라면 미안하지 않았어도 될 일인데 말이다.
내가 감자를 심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감자를 심어봤자 사다 먹던 감자를 방치하는 동안 싹이 난 감자 몇 톨을 갈라 심어봤을 뿐
씨감자를 구입해서 심을 정도로 내가 감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감자 수확철에 반짝 삶아도 먹고 반찬도 몇 번 해 먹고 만다.
몇 개 안 되는 감자도 대개는 싹이 나서 버리거나 그마저 잊어버리고 두었을 경우엔 텃밭에 심기도 한다.
그러니 씨감자 이야기가 나와도 흘려듣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여름 안사돈께서 보내 주신 흰 감자 생각이 났다.
사과에 감자 싹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감자 박스에 사과를 몇 개 넣어 두긴 했다.
그러나 몇 개월씩이나 잊고 있었으니 감자 싹이 또 길게 자랐겠다 싶었다.
다행이다.
감자에 싹이 나긴 했으나 얽히고설킬 정도로 자라진 않았다.
내일 아주 처분을 할까, 아니면 지금까지도 끌어안고 있었으니
두어 달 더 끌어안고 있다가 이른 봄에 텃밭에 몇 알 심을까 갈등했다.
뒤늦게 씨감자 보급에 대해 검색에 들어갔다.
강원도 감자종자진흥원에서 이틀 전인 12월 30일까지 씨감자 보급 신청을 받았단다.
안타깝다. 며칠 전에만 메일을 받았더라도 알찬 정보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다시 메일을 보냈다.
강원도 감자종자진흥원에서 지난해 12월 30일까지 씨감자 종자 신청을 받았다고 하네요.
붉은감자 종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월요일이나 되어야 통화가 가능하겠지만 일단 전화드려서 상황 설명을 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이 부족하여 죄송합니다.
나 역시 내가 키우고 싶은 식물 종자를 구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많다.
카페에서 나눔도 많이 받았지만 때로는 구입을 해야 했다.
지난해 1월 말경엔 울금 종자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며칠 애쓰다 포기하고 있을 때 남편 동창이 울금 종자를 구해 보내주셨다.
양 또한 적지 않았다.
그 울금으로 지난해 긴 장마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양의 울금을 수확할 수 있었다.
지금 냉장고 야채 칸에는 붉은감자 세 알이 보관되어 있다.
작년에 안사돈께서 보내 주신 붉은감자 중 세 알을 종이에 싸고 다시 비닐로 싸서 넣어두었다.
붉은감자가 내 입에 맞아 몇 알 심어볼까 하고 보관해 둔 것이다.
얼마 전 꺼내 보았을 때 냉장고 안에서도 싹이 길쭉하게 나와 있어
싹을 모두 잘라내고 사과 한 알을 곁들여 두었다.
이걸 두고 붉은감자 종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분명 붉은감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붉은감자 씨감자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익점이 목화 씨앗 세 개를 붓두껍 속에 숨겼을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이가 붉은감자 종자를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