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은 결국 상대적이다.
선과 악, 아군과 적군, 가해와 피해에는
칼로 자를 수 있는 만큼의 분명한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누군가 나를 적대한다면,
어쩌면 내가 그의 심기를 먼저 건드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에게 항상 선으로 인식되고,
나를 적대하는 그 사람은 항상 악이 된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서로의 이익이 부합하기만 한다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기도 한다.
한때는 영혼의 반쪽처럼 지내다가도, 작은 실금 하나로 산산조각 나버리는 지극히 하찮은 것이 인간관계다.
피해자는 자신만큼은 절대로 가해자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공연한 모함과 의심을 받아 상처받았던 피해자는
똑같이 다른 누군가를 모함하고 의심하며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해의식이라는 깊은 늪속에 자신의 잘못 마저 가라앉혀 버리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가해를 저지르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결국 모두가 이기적으로 되어버리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인간 사이의 모든 갈등은 결국 타인이 '나와 같지 않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그 이후로 인간사가 정말로 부질없이 느껴진다.
홉스는 정치 권력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글쎄, 정치가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인지라.
요즘 한참 보좌관 갑질로 시끄러운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한 여당 의원의 "약자 보호"라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옹호의 명분을 지켜보고 있자니
역시 믿음이라는 건 한낱 인간 따위에게는 너무나 사치라는 것을 느낀다.
인간관계는 그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일뿐.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세상에 믿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