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대학원 생활은 한 사람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한다.
자존감이 떨어져 마음이 물렁해지고 나약해지면, 방어력이 크게 저하되어
사람들의 의미 없는, 습관적인 말들도 마치 나를 겨냥하기라도 한 듯 비수처럼 따끔하게 꽂힌다.
누군가 그랬다. 타인의 말에 긁히는 이유는, 그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 저 말이 나 들으라는 소리야? 내가 표적이야?"라고 생각할 때도 긁힌다.
그럴 때 나를 방어할 수 있는 딱딱한 껍질이 없으면 무방비 상태로 살을 맞게 되고,
상처 위에 또 상처가 파이고, 진물에 피가 섞이면 마음은 점차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어떤 드라마 대사가 심금을 울렸다.
"뭐래."
아, 그러하다.
한때는 누군가의 따가운 말에 "뭐래."라고 받아쳤던 내가 있었다.
사람들의 말에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둔감해서 해맑았던 내가 있었다.
기꺼이 미움받을 용기가 있던,
나를 욕하는 사람을 도리어 더 큰소리로 욕하던 드센 내가 있었다.
그 시절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건강한 자존감을 무기로 천둥벌거숭이처럼 깝치고, 나대던 그 어릴 때 보다
주변 눈치 보고 내가 할 말 못하고 주눅 드는 지금이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사람'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 시덥잖은 말에는
"뭐래"라는 한마디로 나를 지킬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