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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이 Jun 30. 2024

다카마쓰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보기.

첫날의 다카마쓰는 먹느라 행복했다. 

 교토에서 다카마쓰로 넘어가는 날이다. 

나의 최애도시 교토를 떠나기 섭섭하지만 새로운 일본을 구경하기 위해 다음을 기약하며 아침을 맞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꼭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그저 쌀밥은 먹고 싶은데 당기는 음식이 없을 땐 스키야나 나카우의 모닝 정식만으로도 훌륭했다.  

그 전까지 내 생각에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맛이 그렇게 있진 않다'였는데, 다시 찾은 교토는 그 인식을 완전히 깨주었다. 동으로 된 잔에 오래도록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커피향을 음미하다 마침내 발걸음을 떼었다.

교토역은 너무 오랜만이라 예전에 어땠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무지무지 복잡하다는 거였다. 

이제 여기서 신칸센을 타고 다카마쓰(高松)로 이동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자!


인생 처음 타는 신칸센이었다. 사실은 열차를 잘못 타진 않을까, 잘 내릴 수 있을까 하며 두근두근 했더랬다.

세토우치 패스는 20만원 가까운 거금이지만 간사이에서 규슈 지역에 이르기까지 허용된 범위의 신칸센과 JR을 일주일 동안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에 사용하기에 따라서 효용도가 높은 레일패스이다.


세토우치 패스를 이용해 목적지인 다카마쓰로 가려면, 교토역에서 신오사카로 JR, 신오사카에서 오카야마로 신칸센, 오카야마에서 다카마쓰까지 JR(쾌속 마린 라이너)를 이용해 2시간 5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스스로의 여행 방식이 많이 발전하고 유연해졌다고 생각한다. 

꼭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하고, 없으면 그냥 구글 지도를 의지해 가는 방법을 그때그때 찾아내는 것이다.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이 아니면 어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씩씩하게 여기저기 물어물어 몇 번의 환승을 잘 거쳐내고 다카마쓰역에 발을 내디뎠다.

가가와현에서 가장 번화한 항구 도시 다카마쓰. 

건물이 많이 높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은 평범한 일본의 풍경이 나를 맞는 것 같았다.

호텔로 걸어가는 길에 거치게 되어있는 다카마쓰 상점가. 정말 한적했다. 

'나 혹시 3박4일 동안 심심하진 않을까?' 

3일간 묵을 컴포트 호텔. 방 안이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캐리어 펼칠 공간도 충분하고 여분의 테이블까지. 


아침식사 이후 공복인 상태로 너무 오랜 여정을 떠나왔다. 

はらがへってきた! (배가 고파졌다!)

무작정 호텔을 나와 근처에 위치한 다카마쓰 상점가를 지도에 찍고 걸어본다. 

인적이 드물어 먹을 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연신 의문이 들었다. 

야키도리 오오토리(焼鳥 おおとり). 

구글지도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 외관이 고요한 이자카야. 

고요할 것이라는 예상은 착각이었다.

퇴근한 직장인들, 데이트의 마지막 코스로 들른 연인들. 테이블과 카운터석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동네 찐 맛집임에 틀림없었다. 


사장님은 영어로 전혀 소통을 못 하시는 듯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난색을 표하셨지만 딱 한자리 남았다고 그곳에 앉으라고 하신다. 

나도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대충 알아들었다. (꽉 차긴 했는데... 흠... 여기 앉으실래요?) 

나마비루부터 한잔 시키니 오토시가 딸려 나왔다. 영어 메뉴판은 없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옆자리에 앉은 커플이 '좀 도와줄까' 하며 뭘 먹고 싶냐고 묻는다. 

"야키도리?" "(웃음) 여기 다 야키도리야! 특별히 좋아하는거 없어?"

"네...네기...? (파닭꼬치)" 

"아주머니 여기 파닭꼬치 주세요~" 

"감사합니다 하하...." 

이제 앞으로 다닐 일본 여행의 목표는 이 집보다 맛있는 야키도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냥 달콤하다고 표현할 수 없다. 닭고기가 입안에서 탱글탱글 한껏 양념과 육즙을 튕기다가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닭껍질 꼬치를 이맛에 안주로 먹는구나'를 격하게 일깨워준. 

껍질만이 간직한 고소한 맛에 더해진 간간한 소금이, 쫀득한 콜라겐의 질감이, 어떤 술과 먹어도 어울릴 것 같다. 완벽한 안주다. 

'오늘 아주 이 집의 닭요리 다 먹어보자'는 심정으로 시킨 가라아게까지 훌륭했다.

입에서 모락모락 김을 풍기며 가라아게를 헙헙 씹어 넘겼다. 

배는 부른데 뭔가 아쉬웠다. 밥순이인지라.. 고기만 먹고는 밥을 먹었다고 하지 못한다. 

메뉴판에 있는 오차즈케가 반가워서 주문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야, 인간적으로 배 안 부르냐.' 

결과는 우메보시 씨앗만 남기고 텅.. 

사장님이 마지막에 건네신 따뜻한 녹차 한잔으로 입가심까지 기분좋게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야키도리 장인을 만났다. 

다카마쓰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다시 들를 곳이다. 

사장님에게도 번역기로 너무 맛있었다고 꼭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재방문하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드려야지. 그럼 기억나실거야.


첫인상은 고요해서 며칠 동안 할 게 없을까봐 잠깐 걱정이 되었으나, '할 게 없으면 오오토리에서 또 가서 야키도리를 먹지 뭐' 싶을 정도로 다카마쓰에서의 첫날밤은 마음이 꽉 차도록 훈훈했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배와 마음의 에너지는 풀충전한 날이었다. 남은 일정을 계속해서 기대할 있도록. 

'자.. 그럼 내일은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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