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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이 Jul 18. 2024

장맛비 감상과 함께 돌아보는 과거와 현재.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내 삶의 힘.

 비가 꽤 많이 온다. 핸드폰에는 연신 호우경보 메시지가 울린다.

'작년 장마는 어땠더라..'

그때 날씨가 어땠는지, 난 뭘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날씨를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저 하루 한주 지나가라며 지냈을 것이므로.


다시 생각해도 내 삶에 '나'는 없는 생활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 회사에 가고, 오전을 보내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서 저녁까지 뭔가에 항상 쫓기고 허덕이며 하루를 보내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일찍이면 저녁 8시, 보통은 9시에서 10시에 돌아와 씻고 소파에 앉아 야식을 먹든, TV를 켜서 뭐라도 보다가 잠을 자야 그나마 쉬는 기분이 들던 때였다.

12시, 1시에 누워서도 내일에 대한 걱정들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


세상을 구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도 마음의 짐을 한가득 이고 살았던지.

어리석었다. 그만큼 '나'를 너무 돌보지도, '나'에게 다른 것을 해볼 기회도 주지 못 했던 것이다.


쉬면서 내 시간이 많아졌을 때,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 했었다.

그토록 원하던 잠을 해가 늘어지게도 자보고, 평소 관심이 없던 집 주변 동네 이곳저곳을 헤집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두어 달이 지났을 때쯤엔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여행을 떠났었다.


중반쯤에 갔을 땐 온 집안이 조용한 가운데 좋아하는 책을 쌓아놓고 읽는 재미도 습관이 들어갔다.

요새도 일본 전국 소설 대망을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다. 총 12권인데 5권째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빨려 들어간 듯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 시대의 일본 역사를 찾아보게 된다.

확실히 소설류를 지나치게 편독하는 듯 싶어 역사책과 교양서를 병행하고 있다. 이 뒤에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세이노의 가르침이 저를 읽어달라 기다리고 있다. 휴직이 끝나기 전에 다 읽고 가고 싶다.


어쨌든 뭐든 읽으면 좋지 않을까? 책인데.

요새는 무슨 책이든 한 챕터, 한 권을 마무리 지을 때마다 마음이 넉넉하다.


근래는 생각이 한 군데로 모아졌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를 지탱해나가자, '나'를 위해 살자.'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든 '나'에게 좋은 것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리와, 운동하는 재미를 들이고 몸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  


음식을 사 먹기 보다 해먹는 게 내가 삶을 이끌어간다는 기분이 들 것만 같다. 그래서 요새 장을 봐다가 레시피는 대충 훑어보고 나만의 감으로 반찬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손이 커서 양이 많이 되면 부모님 집에도 가져가서 같이 먹고, 일석이조다. 음식을 해먹는 것도 습관이 들어 익숙해져야 재밌는 법이다.

이번 달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겨울, 봄엔 산행을 종종 하다가 날이 더워지니 때마침 수영을 배워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물에 전혀 못 뜨던 내가 물속에서 몸을 띄우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마저도 참 신기하고 감사한 요즘이다.

언젠간 나도 중급 정도의 레인에서 어푸어푸 마음껏 자유형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중에 복직했을 때 일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면 어떨까 싶어서 시작한 것도 있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을 물속에 뛰어들어 온몸을 움직이며 날려버리거나, 가을과 겨울엔 산공기를 맡으며 차분히 명상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아직 일주일이 안 되었지만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집에서 사이클도 한 시간씩 타고 있다. 사이클은 일주일에 5~6일은 유지해볼 작정이다.

휴직 직전에는 술과 야식 탓으로 붙었던 살이 쉬면서는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술이 줄었어도 도무지 빠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옷걸이로 쓰던 사이클을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운동은 꾸준히, 점심은 먹고 싶은 것으로, 저녁은 절제 또 절제.

며칠 사이 1kg 정도 빠진 효과로 정하게 된 나만의 원칙이다.

살을 빼겠다고 마음을 먹고 운동도 하고 음식도 조절하고 나니 더 열심히 유지하려 애쓰게 된다.


아침에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도 멈칫한 뒤 스크램블 에그로 대신하고, 점심은 맛있게 먹자며 스스로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를 물어보기도 하고, 저녁엔 운동한 게 아깝지 않냐며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뿌듯해한다.

심지어 운동을 하고 나서 허기져서 먹는 닭가슴살이 꽤 맛있기까지 하다.

이렇게 해보니 덩달아 술 생각이 나지 않아 좋다.

이번 참에 절주하는 생활이 삶에 깊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고, 숨이 차도록 운동을 하고, 체중감량이라는 목적을 위해 인내하면서 느낀 점은.


좋은 일이 내게 불어오길 바라는 것보다, 내 스스로가 자신에게 좋은 일을 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를 내가 지탱할 수 있고 단단해질 수 있다고.

무엇에 기대기보다 나는 나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창밖에 내리는 장맛비가 가져다준 고요한 풍경 덕에, 요 근래도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더 잘 살아가자며 나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을 넘치게 가질 수 있었다.


내 삶을 살자. 앞으로도 쭉.

환경에 구애받고 흔들리지 말자.

내가 나를 지탱할 지속 가능한 힘은 내 안에서 나오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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